[일사일언] 우리 얼굴은 ‘가짜’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다리 길이가 화제가 됐다. 170㎝ 넘는 키에 긴 다리를 가진 장원영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때 다리 길이를 일부러 줄인다”고 했다. 다리 길이를 짧게 보정해야 화면 속 자신이 더 조화롭게(?) 보인다는 것. 진짜 모습과 다리를 줄인 ‘가짜’ 모습이 담긴 사진의 차이는 확연했다.
사진 보정은 미디어 기술 발전에 따라 누구나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네이버의 사진 앱 ‘스노우’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프로필 사진은 AI에 내 얼굴 사진을 10~20장 학습시키면 말끔하게 보정된 사진을 만들어주는 유료 서비스다. 스노우는 이 서비스로 연 매출 347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월 구독료가 3300~6600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이가 AI로 얼굴을 ‘재(再)창조’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젊은 층에서 AI 프로필 사진을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용 사진으로 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행정안전부에서 “AI로 보정한 사진을 신분증 사진으로 쓸 수 없다”고 공표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어차피 그동안 포토샵으로 보정한 사진을 신분증에 써왔는데, AI 프로필 사진을 금지할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얼굴’은 이제 화면 밖 진짜 얼굴과 화면 속 가짜 얼굴이 공존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더 자주 보이는 얼굴은 진짜보다 가짜 얼굴일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하는 사람보다 화면으로 만나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아무리 가짜라도 가짜 얼굴이 나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 가짜가 진짜에 버금가지 않나.
요즘 세대가 소위 가상 인간, 버추얼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화면에 담긴 그들의 가짜 얼굴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내게 진짜처럼 여겨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급기야 가짜 얼굴을 내세운 인플루언서들까지 등장했다. 과연 어디까지 가짜일까. 저마다 자기 채널의 연출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 받은 건 남자”…성전환배우 칸 여우주연상 받자 나온 정치인 반응
- “제가 그 암캐입니다”…한방 날린 伊총리, 무슨 일?
- 엔비디아 주가 1100달러도 넘겨... 애플도 제치나
- 김호중 구속 후폭풍…정찬우 283억, 카카오엔터 75억 날렸다
- [Minute to Read] Second generation of baby boomers retires, 7.4 million experts exit workforce
- [더 한장] 마치 칼에 베인 듯...,인공위성이 포착한 토네이도 상처
- ‘백년허리’ 정선근 교수가 알려주는 ‘허리 반창고 자세’는?
- 한국인의 간단한 퍼팅 연습 아이디어, 일본이 주목한 까닭
- 여름 관리 방치하면 주름 더 짙어져, 5만원 대 피부 관리기 특가 공구
- 얼굴 목 완전 차단 시원한 느낌까지, 안면 마스크 5종 1만원 내외 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