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왜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을 논하는가‘…中 과도한 경진대회 경쟁

박준우 기자 2024. 5. 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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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학업경쟁을 근절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 곳곳에서 '도를 넘어선' 학업경쟁이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진대회 수상실적 등을 진학에 반영하지 말라는 당국의 방침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수만 위안이나 되는 돈을 써가면서 과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이미 지난 2018년 학생 모집을 하는 일선 고등학교 등에 경진대회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공지했으나 경쟁은 조금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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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대입 이점 위해 대규모 참가
들어가는 비용도 ‘기하급수적’
과도한 경쟁 넘어 위법까지 확대 우려
지난 2022년 중국 베이징의 한 초등학생이 피곤한 표정으로 등교길에 나서고 있다. AP 뉴시스

과도한 학업경쟁을 근절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 곳곳에서 ‘도를 넘어선’ 학업경쟁이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진대회 수상실적 등을 진학에 반영하지 말라는 당국의 방침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수만 위안이나 되는 돈을 써가면서 과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중국 CCTV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 39회 청소년 과학기술혁신대회에 발표된 연구주제 목록은 RFID 기술, 몬테카를로 알고리즘, 신경교종 줄기세포 등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라도 진땀을 흘릴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아이들의 창의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어른들의 경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대회에 대리 출전한 박사학위 전담교수가 적발되거나 중학생 경진대회에 나갔던 석사생이 탈락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회의 참가학생이 크게 증가했는데, 올해의 경우 참가자 수만 1만5000명에 달해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고 내부에선 전했다. 중국 교육부는 이미 지난 2018년 학생 모집을 하는 일선 고등학교 등에 경진대회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공지했으나 경쟁은 조금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심각한 비용이 소모되는 데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혹사시킨다고 지적한다. 모형 우주선 대회에 5학년짜리 아들을 출전시킨 저장(浙江)성의 학부모 시시(西西·가명) 씨는 “(가족) 모두가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구(區) 단위, 시(市) 단위 대회를 석권하고 성(省) 단위 대회까지 참가해야 하자 아이의 방과 후 시간이 거의 소모되는 데다 대회에 동행하기 위해 부모들도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로봇 공학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데 쓰이는 비용이 10만 위안(약 1890만 원) 이상라고 밝혔다. 여기에 수상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그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야 한다고 부모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자녀들이 대회 참가를 위한 훈련 비용, 추천서를 받기 위한 비용 등을 포함하면 돈은 훨씬 많이 들어간다. 시시 씨는 “한 악기 콩쿠르의 경우 협회 측이 알 수 없는 인증서를 만들어 금메달 위에 ‘특’금메달이란 상이 새로 만들어졌다”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경진대회 참가가 여전히 명문학교 진학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의 명시적인 금지에도 일부 명문 고등학교에는 ‘과학기술특기학생’에 대한 TO가 있고 일부 대학은 ‘강력한 기초 프로그램 및 종합평가’ 등에서 경시대회 성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경시대회 자체가 정말 뛰어난 재능의 인재를 발굴하기보단 고등학교의 특례 입학을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한 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취미는 취미로 하게 하자’며 과도한 경진대회 수상실적 경쟁보단 건전한 학생들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학을 위해 맹목적이고 불필요한 경쟁에 나서며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CCTV는 전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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