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외국 IT 기업 ‘길들이기’
일본 정부가 자국 내 ‘라인’ 메신저를 운영하는 한일 합작기업 라인야후에 “한국 네이버의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한 ‘라인야후’ 사태를 유럽 국가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 전자상거래에 이어 메신저와 지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IT(정보기술) 서비스가 불과 20여 년이란 짧은 시간에 현대 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이런 무형의 IT 인프라를 소유한 외국 기업을 국가 권력이 어떻게 통제 가능한지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
통신 산업과 달리 IT 서비스는 초기에 ‘사회 기반시설(인프라)’이란 인식이 약했다. 덕분에 외국 기업의 진출이나 자본 참여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여기에 ‘망 중립성’ 원칙이 정부 통제에 대한 보호막이 됐다. 막대한 투자 없이도 각국의 인터넷 망을 이용해 손쉽게 시장을 선점, 이용자를 늘려갔다. 그 결과 몇몇 IT 공룡 기업이 전 세계 IT 서비스 인프라를 장악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뒤늦게 각국 정부가 자국 서비스 육성에 나섰지만 이미 수많은 자국민이 사용하며 중요 인프라가 된 외국 기업의 서비스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유럽연합(EU)의 각종 디지털 플랫폼 규제법처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엄격한 규제틀을 만들어 그 안에 가두는 것이 전부였다. 네이버 라인도 일본에선 그런 ‘외국산 서비스’ 중 하나였다. 일본 전체 인구의 76%인 95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가 되면서 간편 결제, 전자 정부, 배달·예약 등 만능 도구로 기능하는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이런 상황에 일찌감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을 추진하던 201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번복과 징용공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 통제 보복으로 양국 관계마저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일본이 외국산 라인 메신저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줄 일본 1위 포털(야후재팬)과 합병을 순순히 승인하는 것이 영 석연찮았다. 유럽이었다면 당장 메신저 서버 소재지와 개인 정보 보호 문제, 지배 구조를 따지며 집요하게 문제 제기를 했을 판국이었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기획’된 사태 아니냐”는 의심마저 한다. 돌이켜보면 2019년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역대 최악 실적으로 위기에 처했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그해 7월 돌연 한국을 찾아 문 대통령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연달아 만났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이후 두 달 만에 통합을 선언했다. 그렇게 태어난 ‘일본 기업’ 라인야후는 2021년과 2023년 연속 개인정보 유출을 겪었고, 두 번 모두 제대로 된 대응에 실패하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을 불렀다. 그게 단순 실수였는지, 혹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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