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민주당에 명분 줘…역사의 큰 죄"

박재령 기자 2024. 5. 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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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선방심의위 (04)] 정권 비판 발언했다가 '보수참칭' 논란 휩싸인 장성철 평론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집중 타깃 '야권 평론가', '자질 없다'
"일주일 5번 출연하던 KBS 하차… '언론장악'은 정치권 독약"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5월11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하고 있는 장성철 소장.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역대 최다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구성 때부터 편파·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적 방송에 집중 심의하고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과잉심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연재를 통해 선방심의위의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2022년 12월22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방송사들에 '패널 균형을 맞춰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 비판 보수 패널을 빼고 정부 대변 보수 패널로 방송을 구성해달라는 취지다. '보수참칭', '가짜보수' 등의 표현과 함께 문제 패널로 거론된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블랙리스트와 다름없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허위사실유포로 장 소장을 고소했다.

장 소장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시선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추천 심의위원은 장 소장을 향해 '야권 평론가'라거나 '평론가 자질이 없다'고 비난했고 방송에 그만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방송에서 '보수참칭이 아닌 진짜보수'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장 소장은 이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지난 1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물었다.

'패널 균형 맞추라' 국힘 공문 '블랙리스트' 비판했다가 고소 당해

- 국민의힘 비대위 공문부터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까지. '보수참칭'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당사자 입장에선 같은 흐름으로 보일 것 같다.

“같지만 다른 흐름이다. '장성철은 싫다, 출연 자체가 문제다'라는 건 같다. 다른 점은 공문은 저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선방심의위 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저를 출연시키지 말라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했다는 점이다.”

▲ ⓒ미디어오늘.

- 2022년 '패널 균형을 맞춰달라'고 공문을 보낸 당사자가 지금 비서실장이 된 정진석 의원이다. 소통에 강점이 있다는 대통령실 설명인데 비대위원장 시절 인식 변화가 있을까.

“대통령실 언론 대응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송심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대통령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언론을 장악하는 방법은 알지만 안 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알 순 없지만 애써 아무 일도 아니라는 투였다. KBS에 대통령 측근이자 방송 문외한인 박민 사장을 임명한 것도 외부에선 방송 장악이라 보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시사 프로 패널 균형 맞춰라” 방송사에 보낸 공문 파문]

[관련 기사 : 장성철 “보수 패널 공정성 요청 공문은 블랙리스트…법적 조치하겠다”]

- 2023년 1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패널 관련 국민의힘 공문을 '블랙리스트와 다름 없다'고 했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후 4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강지연 국민의힘 미디어국장을 명예훼손 및 방송법상의 방송편성권 침해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국민의힘이 제게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소송은 기각 결정이 났다. 제가 정진석 위원장과 강지연 국장에 제기한 고소도 불송치 결정이 났다. 이건 법적인 문제라기보단 상식, 합리의 문제다. 어떻게 보수 패널이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한다고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고 그러한 일이 잘못됐다는 언론 인터뷰에 소송을 제기하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이다.”

▲ 2022년 12월2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발언하는 장성철 평론가. SBS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 이후 SBS '뉴스브리핑', KBS '배종찬의 시사본부' 등에서 하차했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은 4년간 출연하던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사에선 패널 조정이라고 하더라. 소위 보수에 우호적이라고 불리는 방송사들을 포함해 TV조선, 채널A, 연합뉴스TV, MBN 등은 제게 출연 요청을 하지 않는다. 박민 사장이 온 뒤로부턴 일주일에 5번 출연하던 KBS에서 바로 하차를 통보 받았다. 물론, 제가 패널로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선방심의위, 상식적 사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공적 권한을 사적 보복에 남용”

- 선방심의위 현장에서 과격한 심의위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은 장 소장을 향해 평론가 자질이 없다거나 야권 평론가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저런 원한과 복수심에 가득찬 사람들이 공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평론가로서 능력이 없다는 지적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질이 없다는 얘기는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꼈다. 주요한 논리가 '보수 평론가라면 정부·여당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저는 보수 평론가이지 국민의힘 당원이나 당직자가 아니다. 비판하지 말라는 건 평론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장성철 소장은 야권 평론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도 법정제재?]

[관련 기사 : MBC '집중심의'… 장성철 소장에 “평론가 자질에 심각한 문제”]

- 1996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채 1기로 당직자 생활한 이래로 계속 보수 진영에서 활동했다. 장 소장은 야권 평론가인가.

“매우 자의적 판단이다.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소위 '개딸'들은 제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저에 대한 인격 모독성 댓글을 달고 개인 메신저를 통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한다. 이런 제가 야권 평론가인가. 정말 한심하다. 선방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진보 좌파 패널 중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판하면 그 사람들은 여권 평론가인가.”

▲ 장성철 평론가. 사진=본인 제공.

- 선방심의위가 내리는 중징계 근거는 대부분 공정성 조항이다. 패널 균형을 일대일로 맞추라는 것인데 방송 현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입장에서 이 논리를 어떻게 보나.

“패널 균형을 맞추라는 얘기는 원론적인 지적이다. 거기에 그쳐야지 그것을 빌미로 제재를 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들이 얘기하는 '균형'의 잣대는 무엇으로 정량화할 것인가. 제가 출연하는 방송에 참여하는 패널은 여권도, 야권도 비판하는 코너들이다. 선방심의위가 한 코너의 특정 시점, 특정 발언을 갖고 편향성을 지적하는 건 독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자의적으로 계획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장성철이 싫으니까 출연시키지마'라는 말을 빙빙 돌리는 거다.”

- 특정 패널의 이름을 선방위원들이 거론하자 심의 의견진술에 나온 제작진들이 “그건 방송사의 권한”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코너의 성격과 출연진 등은 방송사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고, 제작의 영역이다. 선방심의위의 심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편향됐거나 균형이 안 맞으면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먼저 문제제기를 하고 방송을 외면할 것이다.”

▲ 5월14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를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복수와 원한에 사로잡혀 공적인 권한을 사적 보복에 남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방송심의, 방송계 역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이러한 나쁜 선례가 민주당 등 야권이 정권을 잡았을 때 똑같은 일을 반복할 명분을 만들어줬다. 역사의 큰 죄다. 저런 사람들을 선방위원으로 추천한 국민의힘 등등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 일부 패널들은 이름이 자꾸 선방심의위에서 언급되자 방송사들에 미안한 마음을 느껴 위축됐다고 밝혔다.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어떤 마음이었나.

“제작진들이 불려가 해명하고 제재받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더군다나 저 때문에 재승인에까지 불리해진다면 정말 출연 자체를 안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원론적인 얘기나 나와서 해야겠다는 자기 검열이 일상화됐다.”

“보수만의 문제? 모든 정치권 '언론장악'이란 독약에 취했다”

- 선방심의위 주장처럼 실제로 방송 지형이 민주당쪽에 편향돼 있다고 보나.

“기울어져 있다고 평가되는 방송사는 물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기계적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선방심의위처럼 단순히 방송사의 문제라고 하기엔 무리한 지적이다.”

- 보수 진영에서 언론 장악 이슈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에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보수 진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 진영도 같은 문제가 있다. 이는 진영을 떠나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하는 습성과 관련된 것 같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도 KBS 사장을 바꾸려고 무리한 일들을 많이 자행했다. 당시 각 공영방송 진행자들 대부분은 친민주당, 진보 성향 인사로 바뀐 것도 사실이다.”

▲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 보수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치 권력의 문제라는 건가.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제도로서 특정 세력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다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다. 정치권에선 '언론장악'이라는 마약같은 독약에 취해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민주당이 집권했다고 생각해봐라. KBS 사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안 바꿀까?”

-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을 놓고 과도한 선방심의위 운영이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집중 심의로 숨기려고 했던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자꾸 언급됐다는 것이다.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런데 계량화해서 조사한 사례가 없으니 맞다고 보기엔 어폐가 있다. 그래도 저들의 비상식적 판단은 분명 국민의힘에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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