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가자엔 남아 있는 대학교가 없다

기자 2024. 5.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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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5월 미국 전역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8개월째 접어든 지금 미국 대학가 내 반전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부 대학에선 졸업식이 전격 취소되기도 하고, 졸업식 중 기습 시위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11일 AP통신에 의하면, 4월 이후 미국 57개 대학에서 거의 2900명이 체포되었다. 4월부터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휴전과 종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이스라엘 기업과 이스라엘 군대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대학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캠퍼스 시위는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가장 먼저, 격렬히 일어났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수십개의 텐트로 캠퍼스에 야영지를 설치하고 미국 당국과 기업 그리고 정치인들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기를 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전역으로 퍼지는 캠퍼스 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를 사람들을 위협하는 평화롭지 않은 시위라 비판했다. 유대인 후원 자금과 지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선과 각 대학 본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미 캠퍼스 연대 시위는 단순히 반전 시위란 의미를 넘어 미국 사회의 내부 구조와 부딪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친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이제 미국을 넘어 영국과 독일 그리고 한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자유대학교와 벨기에,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 인간 사슬을 하며 격렬히 저항하다가 공권력에 체포되는 모습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이 활동을 시작했다. 수박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는 저항을 상징한다. 1967년부터 1993년까지 빨간색, 녹색, 흰색, 검은색의 팔레스타인 국기는 이스라엘에서 금지되었다. 이에 팔레스타인 국기와 색이 비슷한 수박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의 표상으로 사용된 것이다. 동아리 ‘수박’ 소속의 한국인, 외국인 학생들은 서울대 캠퍼스 내 자하연 연못 앞에서 텐트를 치고 연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세계 전역의 젊은 세대들은 종전을 외치며,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하는 것일까? ‘수박’ 동아리 학생들은 “이스라엘이 자행해온 인종학살과 76년간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이제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알리고자, 학생들은 이 거대한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연좌농성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이 같은 전 지구적인 연대 시위는 라파 지역을 공격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한 붕괴를 목적으로 100만명 이상 피란민들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부정적 여론과 압력이 부담이 되었는지, 이스라엘의 전면 공격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지금 현재 가자에는 남아 있는 대학교가 단 한 개도 없다”는 문장이 ‘수박’ 동아리 학생들이 나눠준 전단에 굵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었다. 지난 8개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이 3만명을 훌쩍 넘었다는 사실에 둔감해선 안 된다. 이 전 지구적 연대 운동이 미약하게나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삶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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