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철강수출 ‘쿼터제’… 中 물량 줄어도 반사이익 ‘제한적’ [미·중 관세전쟁 재점화]

이진경 2024. 5. 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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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美 수입 철강의 2% 정도만 중국산
中 전기차도 美시장 점유율 1%불과
바이든, 대선 겨냥한 대중 강경 행보
中 기업 북미 진출 장벽 강화 ‘호재’
“배터리 中 의존 탈피… 경쟁력 확보
美 우회수출 제재 확대도 대비해야”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국산 첨단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산업계는 일단은 미국으로의 중국산 제품 수출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기에 배터리 등은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더 확산할 경우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로이터연합뉴스
◆“상황 변화 적어 반사이익 제한적”

14일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중국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대로 떨어졌다. 2020년 17.4% 수준이었으나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늘면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품목도 중국산 잡화나 가구, 의류 등이 많다.

이번에 관세 인상 조치가 이뤄진 철강·알루미늄이나 전기차, 배터리부품, 반도체 등은 대미 수출물량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관세가 올라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도 상대적으로 한국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여지는 작다는 분석이 많다.

철강·알루미늄의 경우 한국은 대미 수출에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쿼터 한도를 거의 채워 수출하고 있어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이 막히더라도 수출 증가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산 전기차의 경우 현재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중국산 전기차 기업에 납품하는 곳이 없어 중국산 전기차 판매가 줄어도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차전지 부품·소재는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중국산이 25% 이상 포함되면 안 되기에 의존도를 줄여오고 있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이 이미 다른 나라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서 미국 수입 철강의 2% 정도만 중국산일 뿐”이라며 “한국이 반사이익을 본다거나 또는 크게 피해를 본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못 하는 중국산 철강이 역으로 한국 등 다른 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겠으나 한국으로 전량이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규격이나 성분을 따지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번 관세 인상은 실질적인 타격을 노렸다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 약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대선 캠페인의 행보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경쟁 줄어 기대되지만 분쟁 확산 시 우려

전기차나 배터리업계는 중국이라는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미미하긴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가 북미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진입을 막는다는 의미”라며 “우리 기업에 불리하진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는 거의 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결국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IRA의 세액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됐고, 관세까지 높아지면 중국 기업의 북미시장 진출 장벽이 높아지는 것이어서 업계 입장에서 나쁜 소식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지면 한국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산업계가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경우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긴장했다. 흑연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제조에 사용되는 필수 광물로, 90% 이상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에 필요한 중국산 광물·소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이차전지에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단기적으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북미 지역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공급망에서 중국 소재를 배제해 우리만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가 중국의 우회수출로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용이한 베트남과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해 원산지를 변경한 뒤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이에 미 정부의 우회수출 통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부품을 수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 정부가 멕시코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어떤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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