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명행 감독, 무술감독으로 120편 만들고 연출자로 1000만 흥행 목전

모신정 기자 2024. 5. 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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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황야' 이어 '범죄도시4'로 두 번째 영화 연출 나서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27년 동안 영화계에서 일했고 무술감독으로만 120여편을 만들었어요.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건 어려웠지만 촬영에 대해서는 큰 두려움은 없었어요. 마동석 배우가 연출자 허명행과 두 편이나 함께 했다는 건 믿을만 했다는 것 아닐까요."  

허명행 감독은 국내 최고 무술감독에서 영화 감독으로 나선 전무후무한 감독이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2008)부터 '국가대표'(김용화 감독/2009), '신세계'(박훈정 감독/2013), '군도: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2014), '검사외전'(이일형 감독/2016), '아수라'(김성수 감독/2016), '부산행'(연상호 감독/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2017), '범죄도시1'(강윤성 감독/2017),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2018), '독전'(이해영 감독/2018),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2022), '헌트'(이정재 감독/2022) 등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품들의 무술감독을 맡아 독보적 액션신들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올해 초 선보인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영화 '범죄도시4'로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아 감독 도전에 나섰다. '범죄도시4'의 주연배우이자 '범죄도시' 시리즈의 각색자와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은 여러 차례의 공식 석상 등에서 "허명행 감독은 충분히 연출에 도전할 자질과 재능을 가졌다"고 공언해온바 있다. 

일부 비판적 시선은 존재했지만 허명행 감독의 첫 연출작 '황야'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라 넷플릭스 한국 영화 최초로 3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주간 누적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한바 있다. 

'범죄도시4'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개봉 20일째인 13일까지 누적 관객수 982만 4728명을 돌파하며 전체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범죄도시' 시리즈 누적 4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시리즈 사상 최초 4천만 기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 821,613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시리즈 최고 오프닝, 2024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으며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4일째 오전 200만 돌파 직후 오후 300만을 돌파하고 개봉 5일째 400만, 개봉 7일째 500만, 개봉 9일째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개봉 11일째에는 700만 관객, 개봉 13일째 800만 관객, 개봉 17일째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시리즈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경신 중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범죄도시4'의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을 만났다. 내내 평정을 유지하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허 감독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100편이 넘는 작품의 무술감독을 지내며 20여년이 넘도록 유수의 한국 영화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온 만큼 작품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미 감독으로서 성공적 데뷔를 치렀지만 무술감독과 연출을 병행할 계획이라는 허 감독은 이후 전지현, 강동원 주연의 '북극성'으로 김희원 PD와 함께 공동 연출자로 나설 계획이다. 

- '황야' 촬영 당시 '범죄도시4'의 연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 초기 단계에서 초고를 받은 상태에서 결정했다. 설정들도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시나리오 디벨롭 과정에 함꼐 하면서 캐릭터 묘사들을 추가했다. 감독으로서 집중한 점은 빌런들이 나올 때 무게감을 주고 무섭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장희수의 등장과 활약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빌런들이 나올 때는 무겁게 형사들 등장신에서는 동료들간의 케미 등을 넣고 싶었다. 

-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기존 영화들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캐릭터적 변주를 해야했을 텐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 장희수는 이미 1, 2편에 나왔으니 다른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마석도와 공조하는 건 정해져 있으니 장희수가 성공한 캐릭터이면 어떨까 싶더라. 등장도 좀 더 재미있게 가져가고 싶었다. 이동휘가 연기한 장동철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기에 초딩이나 유아스러운 대사를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인물로 그리려 했다.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방에 걸어놓는 설정도 그렇게 탄생했다. 미술이나 색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브랜드만 집착해서 입는 모습도 넣었다. 형사들의 활약상에서는 동료애를 많이 보여드리려 했다. 마석도는 정통성을 지키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김무열이 연기한 마상기는 전편의 악으로 깡으로 싸운 캐릭터라면 변별력이 없을 것 같았다. 마석도가 응징하는 과정에서 힘겨워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힘겹게 느낄 수 있는 상대로 설정했다. 

- '황야'가 공개됐을 당시 호불호 반응이 갈렸다. 무술감독 출신의 연출자라는 부분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있을 수 있다. 

▶ 저에게 무술감독 출신으로서 연출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선입견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 시선은 별로 두렵지 않다. 앞으로 제가 해나갈 연출에 다른 방향성들이 많다. 차차 선보일 것이다. 느와르라는 장르는 분위기도 있지만 사람들 심리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으로 만들 작품들에 액션이 들어갈 수도 있고 기획 하는 것 중에 액션이 단 한 순간도 없는 작품도 있다. 다른 장르를 갑자기 잘 찍을 수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제 영화 인생에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차차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저는 저 스스로를 믿는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설레발 치는 것은 아니다. 세월 흘러 작품으로 보여드리겠다. 

- 연출자로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제작사를 10년 정도 운영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만들어서 만든지 10년 된다. 정두홍 감독님과 함께 액션 스쿨을 제작사로 만들자고 꿈을 키웠다. 후배들이 무술감독이후 뭔가 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돈도 많이 썼고 캐스팅됐다가 엎어진 작품들도 있다. 제작자로서 힘이 있거나 만들어본 적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작가가 글을 써오고 감독이 있어도 두 번째 스탭으로만 움직이려니 답답하더라. 투자사를 만나고 해도 잘 안풀렸다. 이전에도 감독 의뢰가 종종 들어왔었는데 어려서 엄두가 안났다. 기라성 같은 감독들과만 하다보니 저분들처럼 '나도 연출력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수락을 못했다. 그러다가 나를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천천히 해볼까 하며 연출에 마음을 열었다. 그러다가 '황야'로 동석이형과 함께 만들게 됐다. 

- 막상 감독으로서 연출을 해보니 어땠나. 

▶ 재미있다. 무술감독으로는 영화만 120편 만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 회의를 하고 좋은 시나리오를 봤겠나. 다 투자되는 시나리오만 본 것 아닌가. 제가 제작사를 운영하다보니 시나리오를 디벨롭시키는 회의도 많이 했고 제가 그런 쪽으로 트레이닝이 돼 있더라. 촬영 현장에서 보통  액션 시퀀스는 제가 찍는다. 그런지 십수년 됐다. 그러다 보니 찍는 것에 대해서는 큰 두려움이 없었다.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재미있었다. 그 과정이 어려웠고 현장에 나가서는 찍는 것은 정해진 것을 찍으니 수월했다. 현장에서 찍고 싶은 것만 찍는 편이다. 그래서 김무열이 편했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 27년동안 이 일을 했으면 못하는게 이상한 것 아닌가. 이 한마디면 잘 정리가 될 것 같다. 마동석 형이 바보도 아닌데 저랑 두 편이나 하겠나. 

- 무술감독으로서 허명행의 장점은 무엇인가. 

▶ 무술감독을 할 당시 여러 감독님들께 도움을 드렸다. 어떤 영화든 액션신이 들어가려면 왜 싸움을 해야하는지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싸움이라는 것 자체가 감정의 폭발이다. 대화로는 해결이 안된다. 감정 없이 싸우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감독님들께 싸움이 들어가면 안되는 장면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드렸다. 싸우는 신에 대해 설계를 해드린다. 등장인물들이 싸울 수 있도록 앞뒤 장면에서 미리 상황이 존재해야 한다. 저를 잘 활용하시는 제작사나 감독님들은 시나리오 단계 때 저를 부른다. 상황이나 빌드업 해야 할 장면들이 있으면 아이디어를 많이 추가해드린다. 이런 시간들이 제가 내공을 쌓아올 수 있는 시간 아니었나 싶다. 

- 영화 흥행에 대한 목표 수치가 있나. 

▶ 우선 손익분기점을 잘 넘기고 싶다. 사실 개봉 경험이 없기에 50만, 60만에 대한 개념이 없다. 개봉에 대한 기분을 특별히 느끼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크게 긴장하거나 기대하지는 않는다. 기도를 한다거나 이러지는 않는다. 제가 굉장히 건조한 사람이기도 하고 '범죄도시' 시리즈가 워낙 잘 된 시리즈이기에 큰 부담은 없다. 제가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제 몸에 새기기도 했다. 제가 할 도리를 다 했으니 하늘이 결과를 주시리라 본다. 손익분기점은 꼭 넘기면 좋겠다. 

- '범죄도시4'만의 액션적 특징을 꼽는다면. 

▶ 외국 스턴트팀이 한국 영화 속 액션의 장점을 꼽을 때 리얼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지점이더라. 한국 영화들은 눈속임식 액션보다는 진짜 액션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영화 '아수라'는 액션에서 리얼이 80~90%다. 테크닉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범죄도시' 또한 현실적 액션과 리얼 액션을 잘 버무려 만든다. 국내 무술 감독들이 그런 걸 잘 한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우리만의 장점이다. 화려한 액션은 돈만 많다면 만들 수 있다. 리얼한 액션을 만들면서 영화의 톤과 맞추는 작업이 결코 쉽지는 않다. 

- 마동석, 김무열 모두 액션에 있어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 두 배우 모두 액션을 잘 한다. 액션의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이 안된다. 어떻게 찍을지만 걱정하면 된다. 액션을 잘 못하는 배우와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테이크도 여러 차례 가야하지만 마동석 배우나 김무열은 워낙 잘 하기에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김무열과는 이번에 처음 함께 하게 됐는데 이렇게까지 잘 할 줄 몰랐다. 아크로바틱한 장면이 많았는데 정말 잘 소화해냈다. 

-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기획 중이다. 이 중 또 연출을 맡게 될까. 

▶ 제가 기획하지 않았기에 거기까지는 모른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무술감독은 제가 하게 되지 않을까.(웃음) 앞으로의 4편 중 한 편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술감독으로 제안받게 된다면 감독님들과 잘 협업해서 만들고 싶다. 

- '범죄도시' 시리즈만의 장점 중 살리려고 했던 것은.

▶ '범죄도시'의 래퍼런스는 바로 이전 시리즈들 인 것 같다. 그것에 대한 오마주까지는 아니지만 분위기와 색채에 대한 정통성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과정에서 독립적 한 편의 성격은 지키돼 이전 시리즈들에서 가져와야 할 장점은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마석도의 유머 등은 살렸다. 모든 분들이 다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마석도 특유의 유머를 반가워할 관객들을 위해 살리고 싶었다. 빌런이 변주되고 결과적으로 마석도가 그들을 잡고 정의 실현을 하는 것이 목표인 영화이긴 하지만 명절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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