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출생부 신설’ 조건은 ‘여가부 엑시트’? 여야, 또 평행선 달릴까

변문우 기자 2024. 5. 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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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여가부 폐지 ‘기조’는 그대로…정부조직법 개정 ‘키’ 쥔 민주는 반대
당정, 총선 직후 尹이 내놓은 ‘메가 정책’ 실현 급선무…“野 대화 필요”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은 여성가족부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주문한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 신설'도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설되는 저출생부 역할에 여성가족부 기능이 일부 포함된 만큼, 윤 대통령이 당초 기조대로 여가부 통폐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당정이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을 설득시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표현하며 총괄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기존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총리급인 '저출생부'로 격상해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것이 골자다. 저출생 문제는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4월29일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할 만큼 여야가 주목하는 핵심 과제다.

야권도 공감을 표하고 있는 만큼 당정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입법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 대통령은 기초 작업으로 '저출생 수석실' 신설도 지시했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상견례를 마친 추경호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공식 업무에 본격 돌입한 만큼 곧 당정협의회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여야 간에도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실행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르면 6월 임시국회를 통해 입법 처리를 빠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부 신설을 통해 ▲불필요한 과잉 경쟁 개선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사회 구조개혁 추진 ▲보육교사 처우 개선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육아기 유연근무 제도화 ▲자유로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지원 등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저출생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교육·노동·복지까지 전 분야의 정책들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되는 셈이다.

"저출생부는 찬성, 여가부 폐지는 반대"…민주 설득 가능할까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가부 존치' 문제가 저출생부 출범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윤 대통령은 저출생부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인구정책 관련 유관기관들의 흡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그는 당초 공약인 '여가부 폐지' 기조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도 여가부 기능과 직결된 '성평등' 대신 '구조적 인구 문제'를 꼽기도 했다.

반대로 야권은 이번 저출생부 신설이 여가부 폐지로 연결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은 여가부가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여가부를 폐지하고 저출생부를 만들겠다면 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저출생부 신설이) 다른 조직 개편을 위한 계기로 활용된다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저출생부 신설 추진을 두고 성토가 나오고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저출생부를 신설하는 것은 '근본적 원인'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은 성명을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열쇠가 '성평등'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됐음에도 윤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필두로 한 반(反)성평등 정책의 기조에 아무런 반성도 없이 '저출생부'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당정도 '저출생부 신설'와 '여가부 폐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진 이 같은 뇌관에 대한 논의는 당정 간에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13일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도 저출생부 등 정책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도 "야권과 협의체도 구성되지 않은 만큼 그쪽의 구체적 입장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직후 '메가 1호' 정책을 야심차게 내놓은 만큼 향후 야권을 설득해 성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도 기존 수석실 대신 새로운 수석실까지 만들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야당과도 영수회담이나 기자회견 등에서 소통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번 문제도 대화로 같이 합의점을 찾아나가지 않겠나"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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