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원외서 '지구당 부활' 목소리 분출 … 비대위에 제안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5.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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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조직, 황우여 면담서 건의
현재 당협체제 지구당 전환땐
현역·원외간 형평성 개선 효과
풀뿌리 정치 부활로 민생 밀착
민주 이어 국힘 내부서도 제언
20년만에 정당구조 개편 속도
금권선거 부작용 극복이 과제

국민의힘에서 현행 당원협의회(당협) 체제를 지구당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낙선자를 중심으로 분출되고 있다.

당협은 현행 정당법상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현수막 게시를 할 수 없고 지역사무실이나 직원 고용도 제한되는 등 정치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에 비해 불리한 구조라는 게 원외 정치인들의 불만이다. 당협을 정당 하부 조직인 지구당으로 바꿔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 의원 간 차별을 줄이자는 게 '지구당 복원론'의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미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2004년 당협 체제가 정착된 후 20년 만에 정당 조직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 대표단은 지난 2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구당 체제 전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민주당과 협의해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황 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오는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원외 조직위원장 워크숍에도 황 위원장이 방문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를 재차 요청할 계획이다.

지구당 체제 복원은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지구당 부활을 공약한 데 이어 지난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구당 부활이 정치자금에 대한 해법이라는 데 여야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이 지구당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지만 국민의힘이 미온적이었던 탓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도 이번 4·10 총선 패배로 원외 조직위원장(160명) 비중이 현역 의원(108명)보다 높은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원외 인사의 정치 활동을 지원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낙선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당 지도부도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당 전체 체계에 대한 문제라 위원장 차원에서 부탁이 들어온다고 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당협은 공식 정당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내에 유급 사무직원과 사무실 등을 둘 수 없다. 후원금 역시 선거기간을 제외하고는 모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상시로 여러 명의 보좌진을 두고 후원금도 받아 활동하는 국회의원의 '현역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게 원외 인사들의 인식이다.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 임시대표단 소속 손범규 인천 남동갑 조직위원장은 "현역 의원보다 지명도가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인력과 자금력에서까지 큰 차이가 나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며 "다음 선거를 위해선 원외 위원장들이 지금부터 지역구에 현수막도 걸면서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지구당 체제는 공식 정당 활동을 위한 자금 동원 과정에서 일어나는 금권선거 관행이 폐단으로 지적됐다.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이 이러한 문제 의식에 불을 댕겼다. 이에 2004년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한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재의 당협 체제가 정착됐다.

그러나 현 체제로 운영된 지 20년이 지나며 이제는 지역구 여론 수렴이나 당원 관리의 어려움,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간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미디어 중심 선거 문화가 대세로 떠오르며 금권선거 우려는 상당 부분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는 게 지구당 체제를 지지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팬덤 정치' 타파를 위해서도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협 체제로 가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정치문화도 증발한 탓에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팬덤 정치문화로 대체된 측면이 있다"며 "지구당 체제가 현재 정치 방식을 보다 현실적이고 민생에 가깝게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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