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묻고 더블로’... “자유무역 시대 붕괴 직전”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5. 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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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넘어 첨단 기술 봉쇄 조치까지 검토
관세 부과 韓 자동차엔 호재 전망
美 동맹국에 대중 견제 조치 동참 유도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질서(자유무역 체제)가 저무는 수준을 넘어 붕괴 직전이다.”

미·중 양국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각종 경제제재를 주고받으면서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을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이같이 보도했다.

G2로 불리는 세계 양대 ‘수퍼 파워’ 두 나라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로 우호적으로 경제 교류를 해왔다. 그러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고 중국산 제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복관세·수출입 제한 조치로 맞서면서 두 나라의 경제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두 나라의 경제·통상 충돌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바이든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분리)은 없다”면서 정상 외교를 통한 관계 개선에 힘썼지만, 11월 미 대선이 다가오자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 표심을 붙잡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 전쟁’ 강화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13일 바이든이 발표한 전기차, 레거시(범용) 반도체, 배터리 및 주요 광물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친 대규모 관세 인상 정책은 이제 두 나라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바이든 ‘러스트벨트’ 출신… 中 미국 시장 침범 안 내버려둬”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3일 일부 백악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은 미국의 제조 업체와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면서 중국 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018년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3000억달러(약 411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엔 트럼프의 과도한 대중(對中) 관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엔 바이든도 중국에 대한 대규모 추가 관세 인상 조치를 내놓았다. 제조업이 밀집한 주요 경합주(州)에서 잇따라 트럼프에게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다급해진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강경한 기조를 내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AI(인공지능), 커넥티드 차량(스마트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 같은 추가 경제 압박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최근 미 상무부가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오픈 AI나 구글, 앤스러픽 등 첨단 AI 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규제 없이 비공개 소스 AI 모델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인의 정보 및 동선 유출 우려가 제기됐던 중국산 스마트카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던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을 바이든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韓 자동차 수출엔 호재” 전망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한국 자동차 수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다수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한국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관세를 20% 올리면 중국 전기차 수출은 60% 줄어들고, 한국차 수출은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를 수입해 쓰는 한국 업체들에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미·중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쓰이는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불안정해져 대중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중 견제’ 차원에서 공조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공동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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