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강인덕, 윤 정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정책 반대

이제훈 기자 2024. 5. 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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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장관 출신 진보·보수 원로 “통일 목표·원칙 바꿀 필요없어”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오른쪽)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연구원 주최, 통일부 후원으로 열린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 토론회에 나와 ‘원로 대담’을 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보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방안 변경 정책’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통일 방안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임동원 전 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연구원이 주최하고 통일부 후원으로 열린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 토론회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대북정책은 가변적이어도 통일정책은 장기적이어야 한다”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대북정책을 펼치느냐이지 통일방안 수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대상의 변화로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년)이 ‘수명을 다했다’는 일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일의 선례가 잘 보여주듯이 통일은 (미리 정해놓은 통일)방안대로가 아니라 처한 전략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라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유지하며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서 전쟁을 막고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 공식 통일 방안은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 8월 광복절에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임 전 장관과 ‘원로 대담’을 함께한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대한민국 국민의 의견과 지향을 정확히 담아낸 것”이라며 “통일의 목표와 원칙 등 기본 뼈대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원로가 모두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정부 공식 통일방안 변경 정책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부정적 견해를 밝힌 셈이다. 이는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이날 축사를 통해 “정부는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분명한 지향점 아래 새로운 통일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결을 달리한다.

임동원 전 장관은 남북관계를 ‘통일지향 특수관계’로 정립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의 산파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을 성사시킨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적 원로다. 강인덕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북한국장, 해외정보국장, 심리전국장을 맡은 ‘북한정보 분석’의 대가이자 보수 진영의 대표적 원로로 1998년 김대중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일 3·1절 105돌 기념사를 통해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밝힌 직후 ‘윤석열 정부의 통일관 구체화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엔 자유주의적 철학이 누락돼 있다”며 ‘통일방안 수정’ 의지를 드러냈고,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다음날인 3월8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 구상 정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강인덕 전 장관은 민족공통체통일방안에 ‘자유주의 철학이 누락됐다’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은 “어떤 사람들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3대 통일원칙(자주, 평화, 민주)에 자유가 없다고 하는데, 바로 민주 안에 자유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강 전 장관은 “북핵 억제를 통일문제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라며 “지금은 북한의 핵을 어떻게 억제하고 없애느냐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해 자주보다도 평화의 원칙을 더 앞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상태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통일방안에 집착하기보다 주변국과 연대해 북한의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을 완화시킬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북한의 문을 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도 “지금은 북한을 상대로 전쟁과 무력 충돌을 막아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과 대화에 무관심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어떻게 대북 접근을 시도할지 등 평화를 만들어갈 대북정책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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