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대법원까지 갈까, 의료대란…보건복지부 답변서 살펴보니 [스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4. 5. 1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 조동찬] 법원의 두 가지 요구에 제대로 답했나


지난 3월 13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18명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처분을 취소하고,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4월 4일, 1심 재판부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은 소송할 자격이 안 된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건 대학 총장들만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의료계는 즉시 항고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의 소송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 총장은 의대 증원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정부가 극단적으로 잘못된 증원 규모를 제시해도 소송을 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소송을 걸 수 있는 자격을 넓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두 가지를 주문했는데,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타당성을 입증할 보고서와 회의록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서울대, 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과학적 근거로 인용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부가 인용한 보고서 3개는 이미 저자들이 보고서의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언론에 발표했기에 그것으로 과학적 근거라고 할 수는 없으니, 다른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또 '각 의과대학이 정부가 정한 숫자에 맞게 인적, 물적 시설을 갖추었는지 조사한 자료들, 현지 실사한 자료들 회의 자료, 회의록을 모두 제출하라'고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답변서 살펴보니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답변서는 총 107페이지인데, 과학적 근거 자료는 18~51페이지에 걸쳐 쓰여 있었다.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요구한 과학적 보고서에 대한 부분은 18~30페이지에 13개(3+6+4)를 정리해 놨다. 그런데, 13개 중 가장 앞부분에 가장 비중있게 언급한 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KDI 연구였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과학적 근거라고 볼 수 없다고 명시한 보고서들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재판부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통해 해당 보고서의 진위를 오해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제대로 설명하면 재판부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보고서의 작성자 홍윤철 교수는 5월 1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포럼에서 "주치의 제도를 의료 개혁 프로그램에 적용하면 의사 부족 추계는 1만 명이 아니라 2,600~3,300명이 된다. 의사 수 부족 숫자 1만 명은 진실된 숫자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보건복지부가 추가한 10개의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과학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대한 의견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인용한 연구를 해당 연구자가 부인하는 경우가 또 있다면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복지부의 답변서 29페이지에는 '가장 최근인 2023년 11월 연세대학교 박은철 교수는 의학한림원-바이오기자 주최 포럼에서 발표한 추계에서 2035년 1만 499명의 의사 부족을 전망했다'라고 기술돼 있다. 복지부는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도 역시 같은 결론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연세대 박은철 교수는 자신의 발표가 복지부 답변서에 실려 있는 줄 몰랐으며, 자신의 연구 핵심 내용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고 밝혔다.
 
"우선 의사 추계 방식은 너무 복잡해서, 저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계산했습니다. 2035년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고 계산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2030년 의사 수 부족이 정점에 이르고 이후부터는 의사 부족의 폭이 완화되다가 2048년부터는 의사가 과잉이 되고 그 후부터는 과잉의 폭이 크게 커집니다. 그래서 2070년에는 9만여 명의 의사가 남게 됩니다. 의사 수를 탄력적으로 늘리고 줄여야 한다는 게 제 연구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대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의대 증원 배정 결과를 보면 정상적인 의대 교육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추가 자료에 대해서도, 적어도 2명의 연구자는 복지부의 인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것만 봐도 보건복지부가 재판부의 요구에 합당하게 답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각하나 기각을 예상하는 법률가가 적지 않다. 증원 결정이 행정 처분에 해당하는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고, 또 인용됐을 때 수험생 등이 겪을 사회적 혼란을 재판부는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 대란의 시비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인용될 경우, 의료계는 각하나 기각될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