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탈옥한 김미영 팀장 잡아달라"…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 편지

김인한 기자, 이강준 기자 2024. 5. 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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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옥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를 조속히 검거해달라고 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공적 서한까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가 주변국으로 밀입국할 수 있는 만큼 필리핀 행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달라는 취지의 서한이다.

1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주필리핀대사관은 최근 루카스 베르사민(Lucas Bersamin) 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탈옥한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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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부, '형사 사범' 검거 위해 타국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례적' 서한 발송…그만큼 사안 중대하다고 판단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 악명을 떨쳤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가 2021년 검거 당시 찍혔던 모습. 그는 '김미영 팀장' 명의의 전화나 문자를 통해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 온 인물이다. 박씨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다가 해임된 경찰 출신이다. / 사진=경찰청


정부가 최근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옥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를 조속히 검거해달라고 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공적 서한까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가 주변국으로 밀입국할 수 있는 만큼 필리핀 행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달라는 취지의 서한이다. 형사 사건 피의자 검거를 위해 타국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건 극히 이례적으로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의미다.

1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주필리핀대사관은 최근 루카스 베르사민(Lucas Bersamin) 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탈옥한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FSU·Fugitive Search Unit)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외국에서 발생하는 한인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 1일 저녁에서 2일 새벽 사이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한국인 신모씨(41)와 탈옥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불법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공범으로 기소돼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 수감됐다. 박씨는 2021년 마닐라 인근에서 붙잡히면서 "필리핀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에서 수감 되기 위한 '꼼수'였다.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 악명을 떨쳤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가 지난 1일 탈옥한 필리핀 나가시 소재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 전경. 이곳에는 CCTV(폐쇄회로TV)가 단 한 대도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 / 사진=경찰청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리고 범죄를 저질러 온 '보이스피싱 원조'격이다. 이른바 '김미영 팀장' 명의의 전화나 문자를 통해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 온 인물이다. 박씨는 그간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다가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법망을 피해 범죄를 저질러 왔다.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도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법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이민청장, 경찰청장에게도 관련 공적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주필리핀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필리핀 이민청 소속 FSU와 코리안데스크 등이 협력해 박씨 검거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특히 필리핀 전역에 있는 지방 정부와 지방 경찰도 박씨를 추적할 수 있도록 내무부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의자가 탈옥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피의자는 두 차례 탈옥했다가 붙잡혔다.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피의자가 현지 교정시설에서 달아났다가 8일 만에 검거된 바 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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