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산소’는 망했네요”…요지부동 전공의에 필수의료 적신호

정윤경 기자 2024. 5.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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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복귀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월20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오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미달'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2월20일을 기점으로 병원을 떠난 3~4년 차 레지던트들은 오는 20일 전후로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상반기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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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0일까지 전공의 복귀 않으면 전문의 시험 불발
‘예비 전공의’ 본과 4학년도 집단 유급 위기 놓여
의대 교수 “대부분의 환자들, 장기간 대기해야 할 수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4월30일 오전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일부 과 하루 휴진을 시행한 경상국립대병원 본관에 휴진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복귀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월20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오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미달'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전공의들은 복귀 마지노선에도 꿈쩍 않는 상황이어서 신규 의료진 배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2월20일을 기점으로 병원을 떠난 3~4년 차 레지던트들은 오는 20일 전후로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상반기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전문의 수련 규정상 수련을 받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시험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6년 2월이 돼서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문의 시험을 목전에 둔 3~4년 차 레지던트는 2910명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들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신규 의사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예비 전공의인 의대 본과 4학년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집단 유급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통상 의사면허 취득자는 매해 3000명 정도다. 이들이 사라지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위) 수급마저 줄줄이 차질을 빚는다. 이에 대학들은 유급 방지 대책으로 의사 국가시험 일정과 원서접수 연기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다만 재판부의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전공의가 복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법원의 인용 판결에 따라 의대 증원을 재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의 복귀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이어지고 수업 거부 움직임도 계속되는 가운데 3월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복도에 의학서적과 의사가운이 널려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전공의 없는데 누가 산부인과 지원하겠느냐"

문제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의료계에 불어닥칠 파장이다. 의사 양성 시스템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기 때문에 전공의 공백으로 전문의, 전임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니까 대학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반토막 나지 않았느냐. 병상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건 총 진료랑이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진료량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사실상 대학병원은 구조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가 흔들릴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문의가 반토막 날 것"이라면서 "내외산소는 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에 안 그래도 전공의가 없는데, 높은 연차 전공의가 없으면 신규 인력이 지원하겠느냐"며 "혼자 독불장군처럼 들어가서 살인적인 업무를 감당할 상황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의료진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진료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있는데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 새롭게 진단받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전공의 수련병원들이 대부분 중환자 또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를 돌보는 곳인데 여기서부터 의료 공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분 환자들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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