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형제 경영으로"…한미그룹, 상속세 해결 과제

나확진 2024. 5.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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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설 반복 원인…"가족 화합·비전 제시·기업 가치 부양 필요"
이사회 참석 마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2024.5.14 rao@yna.co.kr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김현수 기자 = 올해 초부터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던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14일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에서 물러남으로써 4개월 만에 임종윤·종훈 형제의 '형제 경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애초 분쟁의 발단이 된 창업주 가족의 상속세와 투자자금 마련 부담 등은 올해 초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동안 분쟁을 통해 창업주 가족 일부의 지지만으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고, 대주주 가족의 소유 지분에 대한 거액의 담보대출로 인해 이들 주식이 시장에 대규모 강제 매각될 수 있다는 이른바 '행오버' 이슈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시장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각각 그룹 내 주요 사업회사 한미약품 대표와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로 경영을 전담하게 될 임종윤·종훈 형제는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상속세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회사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게 제약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임종윤·종훈 형제 (화성=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28 hyun0@yna.co.kr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엇보다 상속세 납부가 향후 그룹 경영의 첫 번째 관건"이라며 "상속세 납부 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서 대주주 지분에 대한 외부 펀드 매각설 등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 회장 지분 2천308만여 주(당시 지분율 34.29%)가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등 세 자녀에게 상속됐고, 이들은 약 5천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부담을 안게 됐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5년간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했고 지난 3년간 이를 납부했으나, 아직 납부 세액이 절반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상속세 납부분은 납기를 지나 가산금을 부담하고 납부를 연기하는 중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송 회장과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보유지분을 담보로 받은 대출도 4천억원이 넘는 데다, 주가가 상속 시점에 비해 많이 하락해 추가 주식담보 대출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참석하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앞두고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송영숙·임종훈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체제를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4.5.14 hyunsu@yna.co.kr

송 회장은 앞서 OCI그룹과 통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속세 문제 해결이 통합 추진의 발단이 됐음을 인정하면서, 당시 송 회장이 가진 지분을 OCI 측에 매각하고 받은 현금 등으로 가족 상속세 잔여분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이 무산된 이후 상속세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3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부분은 저희(형제)는 문제가 없다"며 "상속세 재원이 문제가 돼 지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경영을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러나 임종윤·종훈 형제는 아직 상속세 문제 해결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당시 형제 측이 밝혔던 1조원 투자 유치 구상과 맞물려 외국계 사모펀드 등을 상대로 한 대주주 지분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회사 측은 지분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주주 측에서 먼저 뚜렷한 상속세 납부 방안을 밝히지 않는 한 시장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가족 우호 지분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대주주 가족 모두가 화합하면 상속세 문제 해결의 여지도 커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종래 한미사이언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방안은 일부 가족 지분을 제외하고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며 "이들 지분을 다 합한 상태에서는 레버리지(차입)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고, 배당을 늘려 이를 활용하는 등의 옵션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이나 임상시험 수탁(CRO) 등의 사업과 종래 진행하고 있던 비만 신약 개발 등의 사업 방향을 어떻게 추진·조화해 나갈지 선결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상속 당시 지금에 비해 주가가 많이 높아 상당히 고액의 상속세를 적용받게 됐는데, 결국은 기업 가치를 그 당시 이상으로 높여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래 가치를 주가에 반영해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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