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교전문가 “윤 정부, 미-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말라”

박민희 기자 2024. 5. 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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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중국 정협 상무위원
‘아산 플래넘 2024’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하얏트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소 제공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국제 정세가 변하는 가운데, 한-중관계는 어떻게 재정립될 수 있을까.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 중 한명인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국이 명백히 미국 편을 선택하지만 않는다면 경제 관계 등에서 협력 공간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 교수는 한-중관계가 악화되었지만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것은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이 북핵 문제에 협력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하거나 북-중-러 3자 협력 구도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만 문제에서 중국은 한국이 개입하지 말고 물러서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만 문제가 한-중 관계에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은 것이다.

한겨레는 14일 아산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아산 플래넘 2024’ 참석을 위해 서울에 온 자 교수를 이날 만나, 한-중관계와 미-중 관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자 교수는 중국의 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하다.

―한-중관계 악화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라고 생각하는가.

“한-중관계가 악화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 정부가 아마도 미국의 압박 때문에 여러 이슈에서 미국의 편에 선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대만 문제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태도를 취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의 국내 정치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야당 정치 지도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서 한 발언이 언론에서 왜곡돼,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매우 강하게 반응을 했다. 이번에 한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한 것은 한-중관계에 좋은 뉴스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 이후 중국 외교부 발표를 보면,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왕이 부장의 발언을 강조했다. 중국이 한-중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에 구체적 요구를 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하나의 중국’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중국은 한국 현 정부도 이 정책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한국내 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도움을 요청한다면, 중국은 한국이 이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말고 물러나서, 불길이 한국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물러서 있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악화 등의 현실을 고려하면, 미-중 갈등이 악화되고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국이 완전히 중립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중 양국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말지는 한국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한국 정부에 자문을 할 위치에 있다면,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는 말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 편을 선택한다면) 중국을 당혹스럽게 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긴밀한 상황에서 한국의 번영에도 손해가 될 것이다. 내가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면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 노력할 것이다. 한-중 양국은 (대만 문제 외에도) 많은 이슈에서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고 협력할 수 있다. 경제 문제에 대해 이익을 공유하고 있고, 인적 교류, 기술 협력 등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한-중 양국 모두에 유리하다. 한국이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안보 이익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에 피해를 끼치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말고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북한과 러시아가 매우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북-러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와 계속 협력을 강화할 것인가.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그들의 공통적인 이익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중국은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중립이고, 어느 쪽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북한의 양자 협력은 있지만, 북·중·러 3자 협력은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미사일 기술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 방침을 폐기했고, 전술핵 무기로 한국을 위협하는 훈련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의지와 여지는 있다고 보는가.

“중국은 핵 확산을 원하지 않으며 핵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은 과거에 6자회담 등에서 한국과 협력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려 노력했다. 이 점에서는 중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강하게 때려야 한다는 것이고, 중국은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로써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협력하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런 변화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매우 영리하다.”

―북한 비핵화가 지금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중국 내에서 북한 쪽 입장을 지지하는 입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말자.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더 협력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내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흐름이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일부 사람들은 (북핵 해결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김정은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좀더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취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제재를 우회하고 경제, 군사적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일관되게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이 현재의 국제 시스템에서 지분을 박탈당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른다. 중국은 여전히 현존 국제 시스템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이고, 중국은 핵 비확산 체제를 비롯한 현존 질서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비확산 체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중국이 지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대선은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은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가.

“우리는 이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해 봤다. 트럼프 1기 후반기로 갈수록 트럼프는 경제 문제에서 비이성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변했다.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대만을 방문하려고 했고, 퇴임한 뒤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였던 적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현실을 무시한 것이고 더 많은 대립을 불러오며, 이 지역의 모든 국가에 나쁜 뉴스다.”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구조가 약화되어 중국에 유리하지 않은가.

“일부 사람들은 바이든이 동맹들을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는 데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이슈에서 중국을 더 압박한 측면도 있지만, 바이든의 동맹 중시 정책이 중국에 대해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제한한 측면도 있다. 미국이 중국에 너무 공세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동맹의 이익에 반하게 되고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중 경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국과 미국이 이 이슈에 대한 차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만에서 민진당 정부가 독립을 시도하려 하지 않는 한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진당 정부가 독립을 추진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은 함께 대화를 해야한다.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주장은 오래된 것이고, 다만 중국이 그것을 실행할 수단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주장을 지키기 위한 더 많은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 대화를 해야 할 때다. 지금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문제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행동을 하고 국경, 경계선에 가까운 곳에서 정찰활동을 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당신들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는 있지만 군사 행동을 하고 중국을 겨냥한 정찰활동을 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은 우리의 의무이고 해양법의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가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면서 첨단제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그리고 유럽연합도 이것이 과잉생산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난한다. 미-중 간에 이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의 현실에서 미국과 유럽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도 국가로부터 많은 보호를 받고 있고 점점 덜 효율적이 되고 있다. 미국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 때 그들은 자유 무역을 주장했다. 그들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그들은 보호주의가 필요해졌고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서 점점 더 경쟁력을 지니는데 미국은 그것이 국가의 보조금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모든 국가가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미국에 비해 적다. 그래서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과잉생산’은 과장된 것이다. 더 큰 원인은 미국이 점점 더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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