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예고’ 식품업계, 1분기 영업익 최대 100% 증가

유선희 기자 2024. 5.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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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CJ 48.7%·롯데웰푸드 100%·동원 14.8%↑
최근 김 원초 가격이 급등하면서 씨제이제일제당 등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김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섰다. 사진은 대형마트 김 판매대에서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 모습. 연합뉴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 전년 보다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상승과 함께 올해 원가 부담은 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식품기업의 잇따른 제품 가격 인상 흐름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14일 올 1분기 매출(연결기준)이 7조2160억원, 영업이익이 375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에 견줘 매출은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8.7% 증가했다. 자회사인 씨제이대한통운을 실적에서 제외하면, 1분기 매출은 4조4442억원으로 0.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70억원으로 77.5% 늘었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식품사업은 온라인 플랫폼과 전략적 협업으로 새로운 판로를 확대한 덕분에 주요 제품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했다. 해외는 햇반·비비고 만두 등이 판매 성장을 이어가 1조357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1분기 실적이 좋았다. 과자·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웰푸드의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6% 증가했다. 매출은 9511억으로 소폭(0.8%) 감소했다. 동원에프앤비(F&B)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3.5%, 14.8% 늘어난 1조1190억원, 49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 쪽은 “가격이 치솟던 때 구매한 가공유지 재고분을 다 소진하고 안정된 가격에 구매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또한 인도와 카자흐스탄의 사업 성과로 글로벌 사업에서 이익이 났다”고 말했다.

최근 스페인 등 주요 생산지에서 올리브 생산이 급감하면서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했다. 씨제이제일제당과 샘표 등 식품업체들은 대형마트 올리브유 판매가를 30% 이상 올렸다. 연합뉴스

시장에선 농심·삼양·오뚜기 등 주요 라면 업체의 성적표도 좋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분기 라면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2억7303만달러(약 3712억원)를 기록했다. 이밖에 빙그레, 오리온, 에스피씨(SPC) 등 빙과·제과·제빵 업체들 역시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더 나아진 실적을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수요가 커지며 식료품 소비가 늘었고, 국외에선 이른바 케이(K)-푸드 인기가 이어지며 식품업체의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이다. 정부의 가격 규제에는 제품량을 줄이거나, 할인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업계 자체적으로 제품 리뉴얼 등 간접적 판매가격 조절과 할인 축소, 판관비 절감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가격 동결 효과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뒤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잇따라 밝힌 식품업체들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다음달 가나초콜릿·빼빼로·칸쵸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김 원초 가격 상승을 이유로 씨제이제일제당도 마트와 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김 가격을 11.1% 인상했다. 또 씨제이제일제당과 샘표는 이달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가격을 30% 이상 올렸다. 동원·사조대림 등도 곧 김과 올리브유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식품사들이 원재료가 하락하던 기간에는 소비자 가격 인하 노력을 하지 않고 이익을 누렸으면서도 원재료 가격 상승 원인이 생길 때마다 곧바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식품 업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인 곡물가는 2022년 2분기 이후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소맥, 옥수수, 대두, 팜유 등 대다수 국제 원재료 가격은 지난 2022년에 견줘 25~37%까지 하락했고, 상승 추세인 것은 코코아·원당 등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의 원재료 투입 단가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케이푸드 인기로 라면 수출액이 늘면서 삼양·농심·오뚜기 등 라면 3사 역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압박과 국제 원재료 값 인하에 따라 밀가루·식용유 등의 가격을 이미 한 차례 인하하는 등 식품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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