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처방 의사 “유아인, 촬영 중 도망치고 싶다고…사망 충동 호소”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5.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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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무기력 우울증 토로…면담 시간 굉장히 길었다”
마약 혐의 5차 공판에 참석한 유아인. 유용석 기자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오모씨가 유아인의 정신 건강 상태 및 진료 상황을 설명했다.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의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짧은 헤어스타일로 법정에 등장한 유아인은 찰나의 미소를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계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태까지 알려진 것과 같다. 매번 긴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옮겼다.

이번 공판에는 유아인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해 준 두 명의 의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자 오씨는 유아인이 자신의 병원에 처음으로 내원했던 2021년 6월 29일 진료 기록을 떠올렸다.

오씨가 직접 기록한 유아인의 진료 기록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사망 사고를 포함한 우울감 호소함’이라고 적혀있다. 두 번째로 내원한 7월 1일은 물론, 7월 6일에도 ‘사망 사고를 포함한 우울감 호소함’이라고 기록했다. 2022년 4월 29일에는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오씨는 “(2022년 4월 29일) 유아인이 오랜만에 내원한 날 체중이 엄청 빠져있는 상태였다”며 “사망 충동이 늘었더라. 특히 ‘안절부절 못 하겠다’, ‘불안하다’, ‘집중이 안 된다’, ‘산만하다’라고 말해서 차트에도 작성했다. 그런 증상 때문에 불안을 조절하는 약을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고 있다. 만성적인 무기력감, 우울감 등도 있었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했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항상 도망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들도 예전부터 쭉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인 외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내원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유아인의 차별점은 만성적인 증상들이다. 특이사항이라고 하면 상담할 때 면담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다른 연예인들은 약물 처방만 원한다거나 ‘수면만 조절해달라’, ‘공황장애만 조절해달라’ 등 약물 처방 위주로만 얘기했다면 유아인은 처음 왔을 때도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상담했던 기억이 있다. 본인 내면의 이야기, 우울감 등의 증상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었다”고 했다.

마약 혐의 5차 공판에 참석한 유아인. 유용석 기자
오씨에 따르면, 유아인은 마약 불법 투약 혐의가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그는 “조금 더 정기적으로 내원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전에는 스케줄이 바쁘셔서 일주일 혹은 이주일 뒤에 내원했다면 이제는 일정에 딱딱 맞춰서 온다”며 “지난해 초, 이번 사건이 유아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 건 맞으니까 2주 만에 내원했다가 이후 안정되면 3주마다 오고 지금은 4주마다 온다. 자주보다는 정기적으로 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병원에서 힘들겠지만 다른 수면약으로 바꿔보자 하면서 진료 중이다. 환자가 우울하고 불안할 때 이를 조절하는게 원칙이다. 약이 늘어나면 의사도 걱정된다. 나중에 결국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증상 조절하고 악화되지 않게, 정신과 의사가 제일 두려워하는 극단적 선택 방지를 위해 약을 증량하는 건 (문제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 사이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며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투약량은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으로 조사됐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 스틸녹스정·자낙스정 총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공범인 지인 최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유아인은 지난 2차 공판에서 대마와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일부 인정했으나, 대마 흡연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 투약에 대해서는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인해 여러 의료 시술을 받은 것이라며 의존성을 인정하며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하에 이뤄진 투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유아인이 논란 전 촬영을 마쳤던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지난 26일 공개됐으나 국내외 혹평 속에서 흥행에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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