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외압 논란에 KBS PD협회 “한가인에 송구…배후 밝힐 것”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4. 5.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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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왼쪽), 조수빈. 사진l스타투데이DB, KBS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를 놓고 제작진과 사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프로그램 폐지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KBS PD협회가 낙하산 MC 논란에 “끝까지 배후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14일 오후 서울 KBS 본관 앞에서 KBS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PD협회는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할 때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제작진들은 그런 문제를 풀어가며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하지만 낙하산 MC인 조수빈 씨를 제작진이 거부하자 프로그 사실상 폐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며 “프로그램을 없앨 정도의 힘이 있는 출연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며, 과연 이 결정이 이제원 본부장의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박민 사장, 혹은 더 윗선의 결정인지 제작진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13일 KBS 사측이 전직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MC 자리에 ‘낙하산’으로 앉히려고 하다 무산되자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역사저널 그날’ 신동조 김민정 최진영 강민채 PD는 성명을 내고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장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을 기한 없이 보류하고 제작진을 해산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4월 초 유명 배우가 MC로 확정됐는데, 이 본부장이 첫 녹화를 며칠 앞둔 지난달 25일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씨를 낙하산 MC로 앉히라’고 통보했다”며 “이후 녹화가 보류되자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MC로 확정된 유명 배우는 한가인으로 알려졌다.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입사 후 22년 동안 각종 외압과 MC 교체, 아이템 변경 등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 사례는 다르다”며 “보통은 이런 지시를 내리더라도 최소한의 이유는 밝혔다. 이번엔 이유도 없이 그저 항명이라고만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지시가 있었길래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의심스럽다”며 “세월호 다큐멘터리 불방에 이어 상식이지 않은 일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배후를 끝까지 밝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D 협회는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고 밝힌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수빈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조수빈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는 낙하산 MC 논란이 일자 “조수빈은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 섭외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낙하산’이란 표현과 함께 편향성과 연결 지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수빈 역시 SNS에 회사 입장을 공유하며 “열심히 제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참 황당한 일이 다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PD협회는 “제작진이 여러 가지 상황을 수습하던 사이 조수빈 씨 측으로부터 스케줄이 안된다며 ‘역사저널 그날’ 부장에게 연락해 왔다.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며 유감을 표명한 조수빈 씨에게 묻고 싶다. 왜 섭외를 받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일정을 핑계로 출연 불가 통보를 했는가. 이는 스스로 낙하산 정한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PD협회는 이날 유명 배우 MC 섭외 확정 미팅날 촬영한 꽃다발과 기획안 사진과 조수빈 섭외 관련 제작진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PD협회는 이날 유명 배우 MC 섭외 확정 미팅 날 촬영한 꽃다발 및 기획안 사진과 제작진이 조수빈 MC 섭외와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도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방금 부장에게 조수빈 매니저가 전화왔는데 본인들 스케줄 녹화가 불가하다고 했다고 한다. ‘역사저널 그날’을 안하겠다는 소리냐고 물었더니 스케줄상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기훈석 PD는 “어떻게 섭외도 받은 적이 없는 분이 매니저가 연락와서 못하겠다고 연락하냐. 회사 누군가와 따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건데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며 “못하겠다는 연락 자체로 이미 그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녹화 재개시 한가인이 정상적으로 출연하냐’는 질문에 “제작진의 의견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같은 PD 입장에서 말하자면 녹화가 재개됐을 때 하겠냐고 묻는 것도 송구스럽다. 한가인 뿐 아니라 출연하기로 했던 패널, 교수들까지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 기약 없이 녹화를 벌써 2주나 못했다. 그분들도 스케줄이 있지 않나. 또 많은 출연진이 본의 아니게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죄스러운 심정으로 어떻게든 최대한 예의를 차리면서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대응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엇보다 PD협회는 “새 시즌을 준비해 온 3개월간의 많은 노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계약 취소, 기집행된 비용 등 관련 비용은 억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된 2억여 원의 협찬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프로그램과 관련된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이 낭비됐다”며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KBS의 소중한 수신료가 특정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다시 한번 낭비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희망하는 것은 오로지 프로그램을 지키는 것”이라며 “제작진은 이 같은 초유의 사건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예고를 촬영하고 홍보안, 포스터까지 다 나온 프로그램의 녹화를 2주간 연기하면서도 연기 사유를 불문에 부치며 사태 해결에만 골몰해 왔다. 아직도 제작진은 시청자와 KBS의 소중한 자산인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마음만이 간절하다”고 읍소했다.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역시 “KBS 역사와 함께한 ‘역사저널 그날’을 당분간 볼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기존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던 그대로 방송 제작이 재개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실현되지 않는다면 제작본부장, KBS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 강경하게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저널 그날’은 우리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가 바뀐 결정적인 하루를 입체적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201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지난 2월 리뉴얼을 위해 방송을 중단했다.

KBS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13일 “다음 시즌 재개를 위해 프로그램 리뉴얼을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형식, 내용, MC, 패널 출연자 캐스팅 등 관련해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프로그램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제작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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