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록 쓴 케이뱅크…고개드는 ‘업비트 리스크’

정윤성 기자 2024. 5. 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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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5조 뛴 수신…코인 호황에 업비트 효과 톡톡
예치금 요율 10배 증가 가능성…이득과 비용 사이 저울질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케이뱅크가 1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5배로 늘어난 순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연내 IPO 추진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업비트 관련 리스크가 대두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분기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제공

업비트 효과 시즌2?…수신 5조원 껑충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분기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동기(104억원)와 비교하면 5배 수준으로 늘어난 규모다.

케이뱅크는 수신과 여신이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간 것이 최대 실적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23조9700억원이다. 지난해 말(19조7000억원) 대비 4조9000억원(25.7%) 늘었다. 같은 기간 여신은 13조8400억원에서 14조7600억원으로 9200억원(6.6%) 증가했다.

이 가운데 1분기 수신이 5조원 가까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수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2023년 한 해 수신 증가폭(4조4000억원)을 뛰어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고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은행에 돈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자금을 한 분기 만에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과거에도 수신이 급성장 적이 있다. 2021년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수신잔액이 4조9000억원 뛰며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그 배경으로 '업비트 효과'가 지목된 바 있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었다. 업비트 원화 거래 고객과 거래액이 증가할수록 케이뱅크의 수신액과 고객도 확대되는 구조였다. 2020년 11월 2000만원선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2월 5000만원선을 돌파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호황기가 열리자 같은 기간 케이뱅크도 상당한 고객과 수신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케이뱅크의 지난 1분기 실적 역시 올 초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 호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와 반감기 등 호재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은 고공행진 했다. 지난 2월부터 반등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3월엔 1억원을 넘어섰다. 해당 기간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량도 10조원 안팎을 오가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유입됐다. 케이뱅크도 자연스레 상당한 고객과 수신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분기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특판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한도 확대 등 종합적인 요인에 따라 수신이 성장했다"며 "가상자산 시장 호황도 수신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30일(현지 시각) 한때 비트코인이 5만909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6만 달러선을 하회, 5만9000달러선도 위협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코인 명암 뚜렷…'비용 증가' 숙제 풀어야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일 때마다 이익을 누렸다. 이것이 향후 리스크로 다가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업비트 예치금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업비트를 통한 수신 및 고객 증가와 더불어 수수료 수익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오는 7월19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를 마련하고 이용자에게 예치금의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은행에 대해 예치금 이용료율 산출 근거 제출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로 인해 케이뱅크의 이용료율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선 예치금 이용료율을 연 1.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해당 법에서 은행의 이용자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해 운용토록 정하는 만큼, 국내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평균 수준인 1.0%가 적정하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에 예치금 이자로 연 0.1% 수준을 지급하고 있어 향후 비용 부담이 10배 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

케이뱅크도 그간 업비트 예수금 쏠림 현상에 대한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비중을 줄여왔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수금은 법인 예수금 항목으로 분류되는데, 케이뱅크는 법인 예수금 비중을 2021년 58.75%에서 2022년 26.06%까지 줄였다. 지난해 법인 예수금도 4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000억원 가량 늘어났지만 비중은 25.90%로 축소했다. 이용료율이 높아지면 많게는 400억원의 비용을 연간 감당해야 하는 점은 부담인 셈이다.

가상자산 시장을 통한 이익을 톡톡히 봐 온 점은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가상자산 호황이던 2021년 케이뱅크는 업비트 수수료로 292억원을 챙기며 당시 당기순이익(255억원)에 맞먹는 효과를 누렸다. 이로 인해 법 시행에 따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케이뱅크의 향후 과제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이 확대돼야 여신도 무리 없이 취급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향후 비용 등으로 수신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점은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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