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의 人터뷰] 피아노 치는 교장 홍천농고 민병하 선생님

유승현 2024. 5. 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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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교사로 40년간 교직에 몸담아
“아이들이 원하는 진로 돕는 것이 교사 직분”
제자들 강원도내 곳곳서 지역인재로 활동 보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홍천에 피아노 치는 교장 선생님으로 유명한 홍천농고 민병하(62) 교장을 만났다.

기후위기, 식량자원 확보 등으로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홍천농고는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유일한 순수 농업고로 미래 농업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모한 ‘창조농업 선도고교’에 홍천농고가 전국 3개 고교 중 1곳으로 선정됐고, 그 선정 조건이 공모제 교장을 선출하는 것이었다. 민 교장은 공모제 교장에 나서달라는 동료 교사들의 권유에 2016년부터 8년간 홍천농고 교장으로 현장실습 중심의 농업 직업교육을 실시해 창업, 영농정착, 후계인력 양성을 위해 애써왔다.

민 교장은 낡은 학교시설을 첨단 실습장으로 바꾸고, 실제 농업에 관심있는 신입생들을 뽑기 위해 노력했으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들의 질 높은 수업 등으로 홍천농고를 희망과 보람이 넘치는 학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런 헌신이 결실을 거두며 농업분야로 진출하는 졸업생 비율이 10%에서 최근 70%까지 높아졌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홍천농고 민병하 교장을 만났다.

“홍천농고 교장이 되며 세 가지를 꿈꿨다. 학생들에게는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 학부모들에게는 ‘희망을 갖고 보내고 싶은 학교’,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학교’를 이뤄보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 말하는 민 교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하지만 단단하게 말을 이어갔다.

민 교장은 홍천농고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교사들에게 시를 읊어줬다.


콩씨를 가려 성한 것만 밭에 심고 / 상해서 온전하지 못한 것들은 뒤안에 내다 버렸습니다. // 비 개인 어느 날 / 뒤뜰에서 그 못난 콩씨들이 / 일제히 싹을 틔워 올리는 장관을 보았습니다. // 다 살아있었습니다. (이철수의 시 ‘싹들 노래’ 인용)


민 교장은 이 시가 교사가 지녀야 할 가치관을 잘 담아낸 것 같다고 했다. 모든 학생들이 다 자신만의 싹을 틔울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싹을 틔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 없이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돕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40년간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교직생활을 해왔지만 민 교장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체벌이 흔했던 시절 일탈하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매를 들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 말고 없었을까?’ 하는 자기 반성을 거쳐 지금은 학생과 교사 사이의 ‘라포(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 교장은 “홍천여중 재임시절 처음으로 학생부장을 맡았는데 뭐부터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1000여 명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우는 일이었다. 이름과 사진을 놓고 다 외우는데 6개월이 걸렸다. 학생들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할 만큼 지금도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라고 권유한다.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학교에 자리잡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 학교 재임할 때 일이다. 학생들이 도저히 수업을 듣지 않고, 딴 짓만 하자 화도 나고 학생들이 미워질 지경이었다.

민 교장은 대놓고 학생들에게 어떤 수업을 원하는 지 물었다. 그러자 대중가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면 수업에 집중을 하겠다는 다소 무리한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민 교장은 그 요구를 수락했다. 대신 50분 수업 중 10분은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조건이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든지, 음악의 기본적인 장르라든지 적어도 어디 가서 음악 얘기가 나왔을 때 한마디 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겠다고 하자 학생들 역시 수긍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자 학생들이 집중하기 시작했고, 40분의 학생들 시간 역시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영화를 틀며 차츰 음악수업다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업을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의 요구를 살려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갖춘 온전한 음악 수업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홍천농고 민병하 교장을 만났다. 민 교장은 피아노 치는 교장선생님으로 유명하다.

민 교장은 음악 교사로 40년간 교직생활을 해왔으며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있다. 홍천고를 졸업하고 강원대 사범대로 진학해 교사가 됐다.

중학생 시절 ‘러브 스토리’라는 영화의 피아노치는 장면을 보고 피아노 연주에 매력을 느껴 피아노 연주를 배웠다. 피아노를 치며 작곡도 배우게 되고, 그 재능을 살려 음악 교사가 됐다.

삼척이 첫 부임지로 동해, 태백, 강릉, 영월, 평창 등을 거쳐 고향인 홍천에서 오랜기간 교직생활을 이어왔다. 홍천농고에서는 벌써 12년째 근무하고 있다.

막연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신성하고 멋있게 여겨져 교사가 됐다는 그는 교사가 되고 나서 만난 한 교장 선생님이 “교사는 힘들어도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한 직업이다. 그래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다. 그런 아이들한테 존경받는 교사가 돼야 한다”고 말한 얘기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고 전했다.

민 교장은 교사시절에는 수업을 정말 잘하고, 아이들이 따르는 교사가, 교장이 되고 나선 교사를 감동 감화시켜 아이들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돕는 교장이 되고 싶었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은 아이들이 원하는 길을 잘 안내해주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의 요구나 학교의 성과를 위해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민 교장의 은퇴후 소망은 봉사도 하고, 재능을 기부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주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현 yoo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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