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100번 증상 무시"... '이 병'으로 30kg 쪘던 20대女, 무슨 일?

정은지 2024. 5. 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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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천식임에도 불안증이라 증상 무시한 의사들...수차례 죽을 고비 넘긴 여성의 사연
-국내 중증천식 환자들도 늘고 있어...생물학적제제로 약물 치료가 관건이지만 비용부담
중증 천식을 불안증으로만 진단받아와 수차례 죽을뻔한 케이티. 한때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30kg이 찌기도 했다. 오른쪽이 살이 찐 모습의 케이티. 하단 사진은 케이티의 천식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감지하면 짖어주는 '의료용 경보견' 오스카 [사진=영국 더선 보도 갈무리]

전직 발레 무용수였던 한 20대 한 여성이 극심한 '중증 천식'을 겪어 있었음에도, 의사들로부터 '단순 불안증'이라고 무시 당해와 수차례 죽을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이 여성이 불안증이라며 의료진에게 정확한 치료를 거부당한 횟수만도 100번 이상이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23세 케이티는 천식으로 인해 50번이나 죽을 뻔한 끝에 발레와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 사회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다. 언제든 발작을 일으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입었다.

케이티는 아파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을 때 의사로부터 '불안해서 그렇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 의사들은 천식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중증'으로 여기지 않았고, 케이티가 불안해해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의료진은 케이티의 중증 천식을 불안증이라고 적어도 100번 이상 무시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의사들은 내가 엄청 아플 때에도 증상을 계속 무시했다. 내 증상이 내 상태가 지지받지 못한다 느꼈다"고 전했다.

일반 천식과 다른 병, 중증천식...아무리 약을 써도 증상 조절 어려워

일반 천식과 중증천식은 같은 천식이지만 엄연히 다른 병이다. 보통 천식환자가 병을 오래 앓아서 중증천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 천식환자는 증상 악화시 적절한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중증천식은 평소 아무리 약을 써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 결국 강력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만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다른 양상의 천식인 셈이다.

케이티의 천식과의 싸움은 10대 초반에 갑자기 시작됐다. 건강 문제가 전혀 없었고 발레, 현대 탭댄스, 체조 수업에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식 진단은 큰 충격이었다.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졌고 어디든 흡입기를 들고 다니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당시 일반 천식으로 진단받았으므로 중증천식인지는 알지 못했다.

천식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좋아하는 댄스 수업을 계속할 수 없었고, 교육을 받는 것조차도 갑자기 힘들어졌다. 케이티는 대기 오염이 천식에 나쁜 영향을 미침에 따라 공기가 좋은 바닷가 마을의 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거기서도 세 번이나 죽을 뻔해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됐다.

19세 무렵, 반복되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수차례 입원 끝에 케이티는 '중증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케이티는 중증 천식 진단을 받았을 때 집에서 간호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천식 발작이 계속 반복됐고, 결국 대학에 진학해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케이티튼 "평생 소아과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내 몸도 아픈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겠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병동에 있는 모든 바이러스가 나를 아프게 할 것이다. 중병에 걸릴까 봐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기도 무섭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세상은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 밤 외출, 주말 여행, 심지어 친구들과의 브런치 외식은 꿈도 꿀 수 없었다.천식이 영향을 미친 것은 케이티 자신의 삶뿐만이 아니었다. 케이티의 어머니는 딸에게 병균이 전염될까 봐 하던 일도 포기해야했다.

스테로이드 약 때문에 몸무게 30kg 늘기도... 증상악화 알려주는 의료용 경보견 입양

더군다나 천식 조절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정제를 복용하면서 몸무게가 30kg이나 늘었다. 그는 "약들은 꼭 필요했지만 뚱뚱해진 외모가 너무 싫었다"며 "이후 살을 빼고 지금은 발작이 있을 때만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년간 매달 병원에 입원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던 케이티의 삶은 지난 12개월 동안 조금 진정됐다. 케이티는 미니 푸들 한 마리를 입양했다. 오스카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케이티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감지하면 짖어주는 '의료용 경보견'이다. 케이티는 "오스카는 제 인생의 판도를 바꿨고,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어디든 함께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케이티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단일 클론 항체'라는 주사를 매달 맞기 시작했다. 이 항염증 주사는 유발 물질에 대한 기도 반응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사로 효과가 나타났는지 지난 6개월 동안 케이티는 지난 겨울 감기에 걸린 후 한 번, 단 두 번만 병원에 입원했다. 이 주사를 포함한 천식에 대한 생물학적제제는 중증 천식 진단을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천식환자 급증...중증천식 전체의 6~10%, 삶의 질 위협받지만 약 부담 커

국내 천식환자도 급증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집계된 천식환자수는 142만3451명으로 2022년 1년간 발생한 천식환자 86만7642명보다 무려 39%나 늘었다. 이 중 중증 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된다.

중증천식은 천식환자 중에서 높은 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실제로 중증천식환자의 38%가 불안, 25%가 우울 등 건강문제를 호소한다.

중증 천식은 기도 염증의 발생 과정에 따라 호산구성 천식과 알레르기 천식으로 구분된다. 호산구성 천식은 중증 천식 유형 중에서도 발현 빈도가 높고, 증상 악화 및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삶의 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호산구는 주로 기생충 감염과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호산구가 과도하게 관찰되는 경우 천식 증상 유발 및 호흡기 기능 이상, 천식 중증도에 영향을 준다.

단순히 일반 천식이라 생각하다가 중증천식이라고 진단받기도 어렵지만, 중증천식 환자들의 치료환경은 국내에서 매우 열악하다. 중증천식에는 생물학적제제가 효과적이지만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약제 사용에 부담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비급여로 생물학적제제 이용시, 보통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가운데, 중증천식이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수년씩 복용하려면 엄청난 돈이 드는 것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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