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사망자 규모 놓고 이스라엘·유엔 공방···유엔 “통계 신뢰”

선명수 기자 2024. 5. 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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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들의 손을 잡고 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이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사망자 수치가 조작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통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엔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앞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8일 가자지구 보건부 통계를 인용해 사상자 수치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를 두고 이스라엘은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 수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간 유엔과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체 사망자 중 어린이와 여성이 60%에 이른다고 밝혀 왔다.

이에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해당 보고서는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전체 사망자 3만4622명 중 ‘신원이 완전히 확인된’ 사망자 2만4686명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했으며,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1만여구의 성별·연령 분류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엔은 이스라엘이 거듭 제기하는 ‘사망자 수치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집계한 통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크 대변인은 유엔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독립적으로 사상자 숫자를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불행히도 우리는 이전부터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살상 사건에 대해 보건부의 집계를 몇 년마다 확인해 왔고, 그들의 통계는 일반적으로 정확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도 “WHO는 가자지구 보건부와 오랫동안 협력해 왔으며 우리는 보건부가 데이터 수집·분석에 있어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이들의 사상자 보고를 신뢰할 만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변인은 폭격을 받은 건물 잔해 등에서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희생자 숫자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도 말했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의 한 병원 텐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전쟁 초반부터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해 왔다. 그때마다 유엔과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가자 보건부 통계가 정확하다고 반박해 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이 지난 10년간 진행한 연구에서도 가자지구 보건부 사상자 통계가 자체 조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중에 사망한 이들 가운데 절반이 하마스 대원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가자지구 내 실제 사망자 규모는 3만여명이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만4000여명이 하마스 전투원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매일 사상자를 집계하고 있으나,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하마스 전투원과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약 ‘1대 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이 남성 사망자 대부분을 ‘하마스 전투원’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라며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인 남성이 이번 전쟁에서 사망하지 않았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보학 교수인 안드레아스 크리그 박사는 BBC에 “이스라엘군은 그간 하마스 조직원을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해 왔다”며 “공무원이나 행정 직원들까지 하마스와 연계돼 있는 모든 조직 구성원을 ‘무장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쟁 사상자 집계 전문가인 마이클 스파겟 교수는 “사망자 통계를 가자지구 전체 인구 데이터와 면밀하게 비교 분석하면 적어도 지금까지 사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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