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상속 안 받을게. 형부한테 현찰로 줘”... 고액 체납자의 뻔뻔한 수법

정석우 기자 2024. 5. 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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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상속 포기’ 수십건 국세청 조사 선상 올라
체납자와 관련 가족 등 모두 형사처벌 대상
국세청 “미술품 위탁렌탈 등 신종 투자상품이 탈세수단으로 악용”
압류한 가상자산 첫 매각 사례 나와

40대 A씨는 수도권의 5억원대 토지를 팔아 2억원대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돈이 없다”며 버텼다. 이후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서울 소재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남겨줬지만, 여동생 혼자 이 아파트를 상속받게 했다. 상속받은 자기 몫 지분을 세무서에 양도세 체납으로 압류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여동생은 A씨 남편에게 언니 몫만큼 현금을 챙겨줬다. 자매의 ‘검은 거래’는 덜미를 잡혔고, 국세청은 A씨 여동생 명의 아파트 압류 절차에 나섰다. A씨 부부와 A씨 여동생을 ‘체납처분면탈(체납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체납자 가족 등이 이런 행위를 도와주는 것)’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지능적인 수법으로 세무 당국 감시망을 피해 온 고액 체납자 641명에 대한 강제 집행에 최근 착수했다고 국세청이 14일 밝혔다. 이 가운데 수십 건은 A씨 자매 같은 ‘상속 포기’ 위장 사례다. 재산을 숨긴 체납자나 체납자의 재산 은닉을 도운 가족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고액 체납자들은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술품·골드바 등으로 재산을 숨기는 추세라고 국세청은 전했다. 학교 운영권 매각 대가로 수백억원을 받은 전직 학교 법인 이사장 B씨는 종합소득세 수십억원을 내지 않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세무서 직원들을 피해 딸 명의 전셋집에 숨어 살던 B씨의 소재를 국세청 직원들이 찾아냈다. 이 아파트 장롱 등에서 명품 백, 백화점 상품권, 미술품, 귀금속 등 3억원어치 재산이 발견됐다.

미술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별도 위탁업체에 맡기고 미술관 등에서 나온 수익금을 돌려받는 ‘미술품 위탁 렌털’, 가요 등 저작권을 구입한 후 음원 수익금을 지급받는 ‘음원 수익증권’ 등도 체납자들이 재산을 숨기기 위한 ‘신종 수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또 국세청은 이달 들어 체납자에게서 압류한 가상자산을 직접 매각, 체납액을 국고로 환수시킨 사례가 처음 나왔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 당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체납자에게서 압류한 가상자산을 가상자산 사업자가 세무서로 이전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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