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큰 깨달음의 군상[그림 에세이]

2024. 5. 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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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못(담)을 거쳐야 이를 수 있는 고찰 백담사.

한 줄 시구의 음미도 수행이 된다.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내려가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환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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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철 ‘구도자들’, 190×48×28㎝, FRP에 채색, 2024.

백 개의 못(담)을 거쳐야 이를 수 있는 고찰 백담사. 고즈넉한 이 가람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보았다. 여기서 출가득도하고, 불후의 시집 ‘님의 침묵’도 탈고했다. 한 줄 시구의 음미도 수행이 된다.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내려가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환상이 있다. 최성철의 명상하는 25점의 직립 군상 속에 들어 있음이다. 6척을 웃도는 큰 스케일, 정적인 포즈, 단순화 동체 모델링, 산화철 느낌의 색조 등이 비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거의 화려한 색채 조각과는 다른 중후하고 명상적인 변화가 인상적이다.

묵언 명상의 부동자세가 역설적으로 강렬한 구도의 메시지를 응축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존재론적 화두에 갇혀 있을 때, 내적 자유를 얻는다는 깨달음. 녹슨 형상, 모든 존재는 시간의 흐름 속에 겪는 소멸을 거역할 수 없다 역설한다. 짧은 만남의 큰 깨달음에 합장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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