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이동채 구속 1년…"경영 공백 없다"더니 불안감 증폭 왜

이성락 2024. 5. 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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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오너 부재…"공백 없다"→"리더십 필요" 달라진 분위기
최악 실적에 "위기 극복하려면 강력한 리더십 필요" 의견도

지난 11일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구속된 지 1년이 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지 1년이 지났다. 회사로서는 오너 부재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에코프로는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은 만큼 경영 공백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동채 전 회장 구속 후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미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로 이동채 전 회장이 구속된 지 1년이 됐다. 이동채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11일 미공개 정보로 거액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이동채 전 회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이동채 전 회장 구속 당시 승승장구하던 에코프로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회장의 구속 소식에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에코프로 측은 입장문을 통해 "주주, 투자자,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에코프로 측은 "회장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동채 전 회장이 앞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CEO 송호준) 체제로 전환했고, 이동채 전 회장이 회사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해당 체제가 이미 안정화됐기 때문에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동채 전 회장은 2022년 3월 내부자거래 의혹과 화재 사고 등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실제로 '총수 부재'는 회사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적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동채 전 회장 구속 이후인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감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적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0.6% 감소했고,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도 93.8%나 급감한 67억원의 이익을 내는 등 에코프로 3형제 모두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에코프로 측은 "이동채 전 회장의 공백이 큰 것은 맞다"고 밝혔다. /에코프로

에코프로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 등이 꼽힌다.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황으로만 실적 부진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위기 대응 차원에서 오너의 역할이 중요한데, 에코프로의 경우 구심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한때 153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3분의 1 수준인 50만원대까지 떨어졌고, 액면분할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조금씩 뒤집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빠르게 성장한 회사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미숙한 부분도 많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이동채 전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위기에 직면한 현재와 같은 상황일수록 경영 공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이동채 전 회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고, 전방 산업 부진 현상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전략 전면 재검토,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을 제시했으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사태 수습에만 급급하다 사업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해 미래 경쟁력 강화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신사업 발굴, 경영 전략 등을 담당하는 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는 1989년생인 이동채 전 회장의 장남 이승환 상무가 이끌고 있다.

지역 사회는 에코프로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그 규모 또한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에코프로의 투자 대부분은 이동채 전 회장이 주도했다"며 "이동채 전 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해 지역 성장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포항상공회의소는 이동채 전 회장에 대한 구명 운동을 벌였다. 다만 8·15 광복절 등 향후 사면 기회가 생기더라도 재차 구명 운동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설을 앞두고 구명 서명 운동을 벌일 당시 포항시가 동참하면서 경제사범 사면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추가적인 구명 활동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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