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하이볼과 오사카의 기업가 정신

2024. 5. 14. 11: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하이볼(얼음에 위스키와 탄산수를 부어서 시원하게 마시는 칵테일)을 파는 음식점이 갑자기 늘어난 점이었다.

곳곳에서 일본 음식과 함께 하이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수가 낮은 술을 가볍게 마시는 일본인의 입맛을 고려하여 하이볼 레시피를 개발한 뒤 전국의 음식점에 전파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샤프펜슬도 오사카 대기업인 샤프의 창업자가 발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 하이볼 한 잔 주세요!”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하이볼(얼음에 위스키와 탄산수를 부어서 시원하게 마시는 칵테일)을 파는 음식점이 갑자기 늘어난 점이었다. 곳곳에서 일본 음식과 함께 하이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t(톤)으로 최근 2년 사이에 약 2배 늘어났다. 그리고 이 성장을 견인한 것이 하이볼을 만드는 데에 적합한 일본산 위스키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재패니즈 위스키’는 1923년에 산토리의 창업자 토리이 신지로 회장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토리이 회장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위스키를 판매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했다. 하이볼이 일본에서 ‘국민 술’로 군림하게 된 이유도 역시 1950년대에 산토리가 실시한 마케팅 덕분이다. 도수가 낮은 술을 가볍게 마시는 일본인의 입맛을 고려하여 하이볼 레시피를 개발한 뒤 전국의 음식점에 전파한 것이다.

뛰어난 기업가 정신을 보여준 산토리가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 바로 오사카이다. 예로부터 오사카는 ‘상인의 도시’로 알려져 왔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오사카에서 태어나 전 세계에 진출한 상품이 많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컵라면과 인스턴트 카레는 모두 오사카의 식품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샤프펜슬도 오사카 대기업인 샤프의 창업자가 발명했다.

강을 따라 화려한 네온사인이 늘어선 도톤보리에서도 오사카 출신 발명품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회전초밥이다. 거대한 초밥 모양의 간판으로 지금도 유명한 겐로쿠스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시라이시 요시아키는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영감을 얻어서 회전초밥 시스템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시라이시 사장이 회전초밥을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가 바로 1970년에 오사카에서 개최된 ‘일본 만국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이다. 박람회에서 인지도를 얻은 겐로쿠스시는 10여 년 만에 200개의 지점을 오픈하면서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한 겐로쿠스시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편화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도 쉽게 초밥을 먹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로부터 55년이 지난 내년 4월에 다시 한번 오사카 엑스포의 막이 오른다. 지난 엑스포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아이디어가 많이 탄생한 만큼 이번에는 어떤 기업이 등장할지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과 맞물려 한국 등 해외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수출을 희망하는 기업들도 새로운 것에 개방적인 오사카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사카 상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더 큰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현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류 붐,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최고점을 찍은 점도 큰 기회요인이다. 일본 시장 진출의 적기를 맞이한 지금, 오사카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그 첫걸음을 내디뎌 보자.

김지혜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과장

zzz@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