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권 3년차 증후군 ‘저주’ 속으로… 韓 당권 출마 땐 신·구 권력 충돌[Deep Read]

2024. 5.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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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의 Deep Read - 역대정권 3년차 증후군과 尹
야심 찬 기자회견에도 국정지지율 회복 기미 없어… 비선 논란 커지고 野는 의회독주 태세
한동훈 조기등판 땐 현재 vs 미래 권력 갈등… 대통령, 감동적 인사·정책·실적으로 돌파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집권 3년 차에 들어섰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한국의 역대 정권은 거의 예외 없이 ‘저주’로까지 불리는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겪었다. 윤 대통령 역시 혹독한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취임 2주년 기자회견(9일)에도 불구, 국정 지지도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갖는 집권 기반의 취약성과 특수성은 그의 향후 국정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징

역대 정부가 공통으로 앓아온 집권 3년 차 증후군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 김대중(DJ) 정부는 집권 3년 차에 정현준·진승현·이용호 3대 비리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행담도 개발 의혹, 김재록 게이트, 오일 게이트 등이 줄을 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성완종 리스트’로 정국이 요동쳤다.

둘째, 집권 세력 내부의 불협화음. DJ 정부의 한 축인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 문제를 놓고 결별하면서 국정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 이명박(MB) 정부 때는 세종시 수정안이 박근혜 대표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여권이 친이와 친박 갈등에 휩싸였다. 당·청 갈등이 심화한 것도 이 시기였다.

셋째, 비선 실세 및 인사 편중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포(영남+포항)라인’ 인사 편중 논란에 휩싸였고, 박근혜 정부에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이른바 ‘십상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넷째, 개혁 피로감과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에 대한 회의감 속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표류하면서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됐다.

다섯째, 사찰 의혹.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국군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이 터졌고, 이명박 정부 시절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확산했다.

여섯째,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국정 추진 동력 상실. 김영삼(YS)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 등 대형 재난으로 ‘사고 공화국’ 비판에 직면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 문재인 정부 때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 불안과 공포가 형성됐다.

◇저주

집권 3년 차 증후군으로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곤두박질쳤다. 여당은 민심 이반으로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패했다. YS 정부는 1995년 6월 지방선거, DJ 정부는 2000년 4월 총선, MB 정부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등에서 완패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0개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집권 3년 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정치적 결단과 승부수를 던졌다. 노태우는 ‘3당 합당’을 단행했고, YS는 12·12쿠데타 등 혐의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단죄했다. DJ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노무현은 2005년 6월 ‘대연정’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는 이런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모습을 ‘저주’라 불렀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집권 3년 차 증후군이 촉발될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 뇌관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임명 검토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진 대통령실 비선 논란은 윤석열·이재명 간 영수회담 특사 접촉 관련 보도로 폭발했다. 앞으로 민감한 현안을 둘러싸고 당·정 간 불협화음이 노정될 개연성도 커졌다.

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전대 출마 불가피론’과 ‘조기 등판 시기상조론’이 대립 중이다. 만약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변화가 없고 제대로 된 국정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국민 소환이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전망과 대안

이 같은 집권 3년 차 증후군이라는 ‘보편성’에 윤석열 정부의 ‘특수성’은 향후 국정 운영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기록적인 총선 참패로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극렬한 싸움을 벌이는 이중권력 시대에 돌입했다. ‘용산 대통령’과 ‘여의도 대통령’이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됐다. 거대 야당이 정부 여당의 정책을 모조리 거부하는 비토크라시로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국회 192석을 차지한 범야권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힘을 가졌다. 패스트트랙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어 모든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게다가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성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도 집권 3년 차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승부수를 구상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①여야 합의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후 조기 대선 ②국민의힘 탈당 후 거국 내각 구성 ③이재명에게 사실상의 총리 추천권 부여 ④야당이 동의하는 정무형 총리 임명 등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런 정치적 승부수는 반짝 효과는 있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진정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대전환이다. 만기친람 리더십에서 벗어나고, 오만과 불통의 국정 스타일을 확 바꿔내며, 집권당을 정부의 통치 수단으로 보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또 국민이 체감할 정책 성과를 내고,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새로운 국정 비전을 제시하며,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단언컨대,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 국정 운영 방식이 바뀌고 그래야 정치가 바뀐다.

◇과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오만과 불통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변곡점이 만들어졌다는 징후는 없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 감동을 주는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인사·정책·실적으로 이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될 중차대한 순간을 맞았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저주’라는 표현은 원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겪은 ‘중임제의 저주’에서 나온 것. 단임제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권력 스캔들, 정책 무력화, 대형 사고 등에 따른 ‘임기 후반기의 저주’로 해석됨.

‘대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집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립정부 구성안. 盧는 집권 3년 차인 2005년 6월,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내각 구성권을 한나라당에 주는 대연정 제안.

■ 세줄 요약

특징 :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역대 정권은 거의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겪어. 권력형 비리 의혹, 집권 세력 내부의 불협화음, 비선 실세 및 인사 편중 논란, 개혁 피로감과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 등이 특징.

저주 : 미국에서는 ‘중임제의 저주’로 불리며, 한국에서는 집권 후반기의 저주와 통함. 윤석열 정부도 야심 찬 기자회견에도 불구, 국정 지지율 회복 기미가 없고 비선 논란이 커지는 등 집권 3년 차 증후군 ‘저주’ 속으로.

전망과 과제 : 특히 한동훈이 전대에 조기 등판할 경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극대화할 전망. 윤 대통령이 국민에 감동을 주는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인사·정책·실적으로 이를 증명해야 할 중차대한 순간을 맞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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