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략하는 K-의약품·의료기기… ‘비공개 정보교환’도 체결[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정철순 기자 2024. 5. 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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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EU 의약품 수입비중 절반 달해
의료기기 수출액은 전체의 16%
무역 확대따라 협정 필요성 커져
양측, AI의료기기 규제지침 협력
고위급 대면·영상회의도 수시로
오유경(앞줄 왼쪽 세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4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보건식품안전총국(DG SANTE) 및 보건 유럽의약품청(EMA) 간 의약품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건위기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의약품·의료기기 무역을 두고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협력과 동시에 기업들의 의약품 수출을 위해 경쟁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기존 강세를 보이던 무역 시장인 미국과 중국 외에도 유럽 등으로 K-의약품·의료기기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이들 국가와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 보건식품안전총국(DG SANTE) 및 유럽의약품청(EMA)과 ‘한-EU 간 의약품 비공개 정보교환을 위한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는 등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의약품 전체 수출액 중 EU 비중은 26% =지난해 한국이 EU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43억5653만 달러(약 5조9700억 원)에 달하며, 수출액은 21억4582만 달러(2조9400억 원)이다. 한국 의약품의 전체 수출액 중 EU 비중은 26% 수준이다. 수입액 중 EU의 비중 또한 49%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의약품 수입액 중 EU의 비중이 55%를 넘은 적도 있다. EU로부터 의료기기 수입액은 11억9756만 달러(1조6400억 원)이며 전체 수입 중 24.5% 정도다. 한국의 수출액은 12억8693만 달러(1조7600억 원)로 전체 수출액 중 16.3% 수준이다.

한국과 EU 간의 의약품·의료기기 무역 비중이 늘어나면서 양측 간 교류·협정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은 지난 4월 DG SANTE 및 EMA와 ‘한-EU 간 의약품 비공개 정보교환을 위한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는 등 어느 때보다 교류 폭을 넓히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이에 따라 △허가·임상시험 승인 등 의약품 안전성·유효성·품질 관련 정보 △이상 사례, 위해정보 등 수집·모니터링·분석 정보 △시판 의약품 규제 정책 △실태조사, 회수, 위해성 평가 등 각 기관이 보유한 비밀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정보교환을 위한 비밀유지 약정 체결이 중요한 이유는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자국의 비공개 정보를 약정 없이는 공유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EU가 한국과의 약정 체결에 응한 이유는 우리의 규제 수준이 약정을 체결해 비공개 정보를 교환할 만큼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안전조치와 기업의 수출 지원에 활용할 수 있어 용이하다. 예를 들어 의약품 불순물 사태(발사르탄)와 관련해 EU의 신규 불순물 검출 정보와 한시적 허용기준 적용, 검사명령·제조 중지와 같은 안전조치 등 비공개 정보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AI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유럽 협력 강화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4월 말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한-EU 간 의약품 비공개 정보교환을 위한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했다. 오 처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등 유럽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도 공동으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을 개최하는 등 한국의 AI 기반 의료기기 여건이 성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EU는 이번 비밀유지 약정 체결을 위해 4년간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다. 2020년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등 일부 의약품의 비공개 정보를 교환하는 임시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했다. 2021년 3월에는 비공개 정보에 대한 교환 범위를 의약품 전 품목으로 확대하기 위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의료기기작업반 회의를 개최해 정식 비밀유지 약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식약처 측은 “유럽 규제기관과의 약정을 통해 의약품 품질 문제 등의 정보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내 의약품 안전관리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 수준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를 높여 국내 의약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EU는 고위급 회의 정례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연 1회 대면회의 및 필요시 수시 영상회의를 통해 규제조화를 위한 실질적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측 교류 협력 범위는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생성형 AI 의료기기에 대한 공동 가이드라인 개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식약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EMA를 방문했을 때 느낀 것인데, 우리 식약처가 올해 1월에 디지털 의료제품법을 만드는 등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유럽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식약처가 유럽과 함께 디지털 의료제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심사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포컬(focal)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EMA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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