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예순, 세상의 말 다 지우니 ‘사랑’ 하나 남네요

안진용 기자 2024. 5. 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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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민, 데뷔 30주년 미니앨범 ‘2024 파트 1: 러브’
모두 온갖 이유로 싸우는데
나이 먹고 보니 사랑이 제일 중요
가사 속 ‘선물 같은 너’는 아내
울컥해서 녹음 겨우 마무리 해
‘슬램덩크’ OST 즐기던 팬들
자녀 데리고 와 떼창 할 땐 뭉클
팍스뮤직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이 먹고 보니, ‘사랑’ ‘행복’이 가장 중요하더군요.”

데뷔 30주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가수 박상민(60)은 새 앨범의 테마를 ‘사랑’으로 잡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해바라기’와 ‘하나의 사랑’으로 애틋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멀어져간 사람아’와 ‘애원’으로 절절한 이별을 토로하던 그는 30년 가수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사랑을 외치기로 마음먹었다.

박상민은 지난 7일 미니앨범 ‘2024 파트 1: 러브(Part 1: LOVE)’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내 사람입니다’ ‘너라는 선물’ 모두 제목에서부터 온기가 느껴진다. 두 곡을 포함해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무기여 잘 있거라’ ‘애원’ 등 그의 히트곡을 합작했던 작곡가 유해준과 다시 의기투합했다. ‘박상민표 록발라드’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인 셈이다.

박상민은 지난 9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나라 전체가 갖가지 이유로 싸우고 있다. 운전할 때조차 양보가 없는 나라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편안하고 평온한 세상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그 시작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새 앨범의 첫 테마로 사랑(LOVE)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박상민은 “가사를 귀담아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가슴에 남고 입에서 되뇌는 시적인 가사가 실종된 세태에 대한 아쉬움이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그대”(하나의 사랑), “사랑해요 세상의 말 다 지우니 이 말 하나 남네요 늦었지만”(해바라기)이라고 외쳤듯, 이번에는 “숨을 쉬는 모든 순간 속 한 사람만 생각”(내 사람입니다)한다고, “내 맘이 말을 해 너라는 사람에게, 많이 좋아한다고”(너라는 선물) 읊조린다. 박상민에게 ‘내 사람’이자 ‘선물 같은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 아내”라고 운을 뗀 그는 “주변에 소중한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특히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녹음할 때도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와서 녹음을 마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며 “내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주변에도 넉넉한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아내를 포함한 가족을 생각하며 새 앨범을 만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1990∼2000년대 록발라드의 전성기를 일궜고, 어느덧 예순에 접어들었지만 박상민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진 가수로 손꼽힌다. 그가 1998년 부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OST ‘너에게로 가는 길’ 덕분이다. 지난해 초 개봉한 일본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87만 명을 동원하자 한국판 OST를 부른 박상민까지 ‘역주행’ 인기를 누렸다. SBS에서 방송됐던 ‘슬램덩크’를 기억하는 3040세대, 그들의 자녀를 비롯해 뒤늦게 이 애니메이션에 빠진 1020세대도 박상민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에서 팬들이 400석 규모 극장을 빌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상영회를 열었다. 초청받아서 갔더니 90%가 10대 여학생이더라. 그들이 박상민이라는 가수를 안다는 것이 신기했다”면서 “‘슬램덩크’ OST를 족히 3000번도 넘게 불렀다. 이제는 엄마 아빠가 된 팬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떼창’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다”고 감격에 겨운 듯 심경을 전했다.

지난 1993년 데뷔한 박상민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다.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탓이다. 관객과 얼굴을 마주하며 어우러지는 무대를 즐기는 그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5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30주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전국 투어를 돌고 연말에는 디너쇼를 연다.

“(웃으며) 디너쇼라고 하니 원로가수 같나요? 2년 전에 한 번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같이 밥 먹으며 얘기 나누고 노래하니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그게 원래 사람 사는 모습이니까요. 뜬구름 잡지 않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또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가수로 남고 싶습니다. 그게 박상민이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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