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귀화 꿈꾸며 시작한 사회복지 전공…“장애인도 저도 울었죠”

최예린 기자 2024. 5. 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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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인 수밋(43)은 2006년 처음 한국에 왔다.

경남 거제의 산업폐기물 업체에서 일하다 2012년 일시 귀국한 뒤 비자를 다시 받아 한국으로 나왔다.

수밋 역시 평일 업무 뒤 같은 국적의 동료들과 모여 야식을 먹는 것이 한국살이의 큰 낙이다.

지난 2일 음성군 금왕읍의 소피아외국인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수밋은 "센터에서 공부하며 5단계 한국어 자격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학위가 있으면 비자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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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기획] 우리 안의 세계화, 이주민
스리랑카 출신 수밋
수밋이 지난 2일 충북 음성의 소피아외국인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일상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스리랑카인 수밋(43)은 2006년 처음 한국에 왔다. 경남 거제의 산업폐기물 업체에서 일하다 2012년 일시 귀국한 뒤 비자를 다시 받아 한국으로 나왔다. 지금 있는 충북 음성의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는 2008년부터 일했다. 고참급 경력으로 현장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수밋 역시 평일 업무 뒤 같은 국적의 동료들과 모여 야식을 먹는 것이 한국살이의 큰 낙이다. 그의 일상이 다른 이주노동자와 조금 달라진 건 지난해 대학(강동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전공은 사회복지학.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학교 수업을 듣는다. 일요일에도 밀린 과제를 하고, 평일에도 수강해야 하는 온라인 강의가 쌓여 있어 자유시간은 거의 없다.

“사실 잠자고 쉬는 시간을 아껴 일과 공부를 잘해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스리랑카에 있는 아내·아이와 함께할 미래를 위해선 포기할 수 없어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수밋은 2012년 비자 갱신을 하러 스리랑카에 갔을 때 결혼하고 딸을 낳았다. 고국에 두고 온 갓난아이가 올해 12살이 됐다. 지난 2일 음성군 금왕읍의 소피아외국인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수밋은 “센터에서 공부하며 5단계 한국어 자격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학위가 있으면 비자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주(F-2)·영주(F-5) 비자로 갈아탄 뒤 최종적으로는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서 계속 일하며 아이가 크는 것을 옆에서 보고 아내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현재 수밋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7명이 강동대에서 사회복지학 학사 과정을 밟고 있다.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공부지만 사회복지학은 그의 내면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의 한 장애인복지센터로 실습을 나갔을 땐 겁이 나서 진짜 도망가고 싶었어요. 장애인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는 동안 그들도 나와 같은 똑같은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그분들도 처음엔 외국인인 저를 낯설어했는데, 3개월의 실습을 끝내고 헤어지는 날 아쉬운 마음에 그분들도 저도 함께 울었어요.”

수밋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를 고민하며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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