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90만㎡로 줄고 지원금 3000억으로 상승 … 혐오시설 넘어 관광지 꿈꾼다[로컬인사이드]

지건태 기자 2024. 5.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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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인사이드 - 수도권 자원순환공원 후보지 3차 공모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年 40만t 쓰레기 처리 시설
랜드마크 관광 연간 50만명
수도권매립公 4차례 설명회
40개 기초 지자체에서 관심
‘매립지’ 가 아닌 ‘공원’ 명칭
주민편의시설·복합문화공간
3세대 자원순환시설 조감도. 폐기물 반입과 처리는 지하 공간에서 이뤄지고 지상에는 어린이 놀이시설과 수변공원 등이 조성된다. SL 제공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는 연간 40만t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시설이다. 평지가 대부분인 덴마크에 언덕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이곳 건축물은 혐오시설이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도심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코펜힐’이라 불리는 건축물 외벽에 설치된 높이 85m의 인공 암벽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세계적 명소가 됐고, 건물 지붕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 450m의 슬로프는 덴마크에서 유일하게 4계절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도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건물 루프톱 카페도 한 해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주민이 꺼리는 환경시설이 환영받는 이유다.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환경시설도 아마게르 바케와 같이 환영받는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는 이들 4개 기관이 참여하는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의 위탁을 받아 자원순환공원(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 3차 공모를 지난 3월 28일부터 오는 6월 25일까지 90일간 진행 중이다. 자원순환공원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환경시설이다. 이번 공모는 앞서 2021년 진행한 1, 2차 공모 때와는 달리 부지 면적을 절반 이상 축소하고 입지 지역 주민과 지자체에 주는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했다. 4자 협의체는 이번 공모를 통해 반드시 대체매립지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환경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쉽지 않은 문제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내 66개 시·군·구의 생활폐기물을 매립하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난지도매립장(1978∼1993년)이 포화하면서 1992년부터 가동됐다. 이미 30년의 설계 내구연한을 넘겨 2015년에 사용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해 4자 협의체가 협의해 기한을 10년 더 연장했다. 인천시는 타 지역 쓰레기 처리 비중(그래프)이 높은 수도권매립지를 더는 인천에 두지 않으려는 입장을 고집하고 서울시와 경기도 역시 주민 수용성을 이유로 대체매립지 찾기에 소극적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위치한 인천 서구는 최근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근 10년 새 10만 명 넘게 늘었다. 인구 60만 명을 훌쩍 넘겨 2년 후 분구를 앞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는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내 이곳 매립지 이전을 공약했다. 2년 후면 지방선거다. 자원순환공원이 들어설 이번 3차 입지 후보지 공모에 정치권은 물론 지역 주민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가 주관한 ‘수도권 자원순환공원 입지후보지 공모 설명회’에 수도권 내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참여해 공모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L 제공

자원순환공원 입지 후보지 공모와 함께 SL이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4차례 설명회에 수도권 40개 지자체가 관심을 두고 참여했다. 이번 3차 공모에는 후보지 면적을 1차 때 220만㎡, 2차 때 130만㎡보다 대폭 축소한 90만㎡로 정했다.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데다 소각재만 묻으면 기존 매립지처럼 넓은 부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주는 특별지원금도 500억 원 증액해 3000억 원을 주기로 했다. 웬만한 기초 지자체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법정 지원금과는 별개다. 현행 폐기물시설촉진법은 시설 설치비용의 20% 이내에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하고, 또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20% 이내에서 주민지원기금도 조성된다. ‘매립지’가 아닌 ‘공원’이란 명칭에 걸맞은 주민편의시설과 지역의 명소가 될 복합문화공간도 들어선다. 송병억 SL 사장은 “수도권매립지 조성 때와는 달리 기술이 진일보한 만큼 환경 피해를 주지 않는 주민 친화적 매립지 조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립지가 들어설 입지 후보지는 부지 경계 2㎞ 이내 거주하는 주민(세대주) 50%의 동의를 얻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연구기관의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 고시하게 된다. 공사 발주와 시설 설치까지 앞으로 2년의 시간도 빠듯하다. 관건은 주민 수용성이다. 생활 쓰레기를 그냥 땅에 묻었던 서울 난지도가 1세대 환경시설이었다면 까다로운 위생 매립 과정을 거쳐야 하는 수도권매립지는 2세대 환경시설이다. 여기에 전처리 과정에서 쓰레기를 에너지화하고 부산물인 소각재만 묻게 될 새 매립지는 미래 자원순환을 위해 꼭 필요한 3세대 환경시설이다. 수도권 자원순환공원이 대한민국의 아마게르 바케가 되길 모두가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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