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비아파트 공급난에 서민 부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2024. 5. 1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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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송인호

비아파트 주택의 인허가 수가 급감하면서 서민의 주거비 상승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아파트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서민층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거래 흐름은 매매시장이 아니라 임대시장이 주도한다. 일반적으로 임대 거래량은 매매보다 4배에서 5배 더 많다. 구체적으로 2022년에는 임대 거래가 283.4만 건이고 매매는 50.8만 건이었다. 2023년에는 임대 거래가 271.7만 건이지만 매매는 55.5만 건이었다.

주택유형별로 임대 거래를 살펴보면 비아파트 거래가 상당하다. 이를테면, 2024년 3월과 4월에 아파트의 임대 거래량은 각각 8.8만 건과 6.1만 건이었고, 비아파트는 각각 7.4만 건과 5.2만 건이었다. 특히 전세를 떼어내고 월세 거래를 특정해서 살펴보면 비아파트 월세 거래가 매우 활발한데, 거래량이 3월에 4.8만 건 그리고 4월에는 3.3만 건을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각각 3.7만 건과 2.5만 건을 기록했다. 즉, 임대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주로 비아파트에서, 전세 거래는 아파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아파트 주택은 주로 저소득층, 청년, 1인 가구가 거주한다. 여기서 전체 임대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량과 맞먹는 비중을 차지하는 비아파트 거래량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비아파트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임대시장에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한 비아파트의 주거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2023년에 한국의 주택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하면, 다양한 유형의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단독주택의 인허가 물량은 2022년 대비 25% 감소했으며, 다가구주택은 18% 감소했다. 특히 다세대와 연립주택의 공급은 2022년에 비해 67.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허가 공급 감소는 올해 말에 주로 준공되는 임대시장에서 특히 주로 서민층이 주거하는 비아파트 주택 유형에서 더욱 심각하다.

지금까지 비아파트 주택은 전체 주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옵션을 제공하며, 특히 저소득층, 청년, 그리고 1인 가구에 중요한 주거지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비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불안정해지며, 이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주거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특히 취약 계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비아파트 주택 공급의 감소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안정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의 변화는 개발자들이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 주택의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대해 대응하는 방안을 떠올려 본다면 첫째, 정부는 소규모 주택 개발에 대한 세금 감면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전세 보증금 보호를 위한 보증 상품을 개발하고 활성화하여, 소비자와 개발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품 개발은 소비자가 보다 안전하게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개발자에게도 더 많은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주택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전자거래 및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술은 실제 주택 소유주와 계약자 간의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여,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비아파트 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임대시장과 주택 시장의 안정성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인호 경제정보센터소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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