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잡힐 때까지…날밤 새던 형사, '벚꽃길 지키는' 경찰서장 됐다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반장님, 강화도에서 초병 2명이 칼에 찔렸습니다. 용의자 추적 중입니다."
2007년 12월 6일 오후 6시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강력반장실로 다급한 보고가 도착했다. 인천 강화도에서 경계근무를 마치고 귀대하던 해병대 대원 2명이 돌진한 차량에 치인 뒤 칼에 찔렸다는 것이다. 차를 몬 신원 미상의 남성은 소총과 실탄, 수류탄 등을 챙겨 달아났다. 인천 강화·경기 김포·일산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달아난 차량과 남성은 전국 수배됐다.
경찰은 달아난 남성을 6일만에 체포했다. 경찰청 강력반장은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현장 형사들과 시·도 경계를 넘어 도주한 용의자를 추적했다. 용의자 A씨(당시 35세)가 체포되기 전까지는 물론 다음날도 퇴근할 수 없었다.
초병살해범을 잡기 1년 전엔 서울 서남부에서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남규를 잡기 위해 현장 형사들과 공조하며 밤을 지샜다. 15년후엔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됐다. 그 때도 범인이 잡힐 때까지 퇴근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일선 형사들과 호흡하며 △신림역 흉기난동 △관악산 둘레길 강간살인 사건 △강남 납치살인사건 △금천 연인 보복 살인사건 △용산 아파트 경찰관 추락사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마무리했다.
각종 강력사건을 추적하던 베테랑 형사가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 부임한 강상문 서울 영등포경찰서장(55) 이야기다. 강 서장은 경찰 조직에서 대표적인 '형사통'으로 꼽힌다.
영등포구는 △국회의사당과 금융기관이 위치한 여의도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가 몰리는 문래동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 등이 공존한다. 강 서장은 "영등포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이 치안 수요로 표출되는 곳"이라며 며 "사건·사고와 집회 등 영등포서 현안에 집중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했다.
관내 행사인 윤중로 벚꽃축제와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명 이상 인파가 몰린다. 날이 따뜻해지면 시민들은 한강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늦은밤까지 시간을 보낸다.
강 서장은 '현장 치안'을 강조한다.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한강공원에 형사강력팀·교통 경찰·여성 청소년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이 휴무나 비번일에 수당을 받고 인력이 부족한 팀에서 추가 근무를 하는 '자원근무 제도'를 활용했다. 주말에도 형사강력 차량이 한강 공원에 등장해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순찰 경로와 동선도 새롭게 짰다.
집회 역시 영등포경찰의 주요 관심 사안이다. 영등포는 서울에서 셋째로 집회·시위가 많은 곳이다. 지난해 영등포서에 접수된 집회 신고는 2385건으로 하루 평균 6.5건 꼴이다.
강 서장은 아침·저녁 관내 주요 집회·시위 장소를 도보 순찰한다.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와 주요 당사가 위치한 골목길의 폭과 넓이 등 관내 주요 집회 장소 재원을 '외운다'. 교통, 경비, 정보 등 다양한 기능과 소통해 집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강 서장은 "영등포 경찰은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다"며 "경찰 업무는 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당당할 수 없다. 늘 준비하고 대비하는 습관을 기를 것"이라고 했다.
강 서장은 또 "경찰은 현장에 존재한다"며 "시민과 접점에서 도와야 한다. 집회 관리와 지역 순찰 모두 현장 업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내근부서 존재 이유는 현장 근무자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경찰 조직은 현장 경찰관 중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서장은 "임관했던 1992년에는 경찰혼, 경찰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시대가 바뀌면서 경찰의 역할이 바뀌고 확장되면서 경찰을 무엇이라 정의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경찰관 스스로가 어떤 경찰이 될지 빈칸을 채우도록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재직 기간도 경찰다운, 넉넉했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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