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밸류업 프로그램에 인센티브가 필요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5. 1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지난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근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강도 높은 정책도 펼쳐 나갈 것이며 기업 밸류업은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2차에 걸쳐 내놓은 금융당국의 밸류업 가이드라인과 관련하여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자 대통령까지 나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말하며, 국내 주식시장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낮은 배당성향, 주주 친화적이지 못한 지배 구조, 오너 리스크,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강성 노동조합, 외국인 투자자 차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부족하고, 실제 해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선진국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고,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하며, 주주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0%로 미국(14.9%), 일본(8.3%), 영국(9.6%), 중국(9.3%)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한국의 배당성향은 10년 평균 26.0%, 미국(42.4%), 일본(36.0%), 영국(129.4%), 중국(31.3%)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강화하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의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기업이 호응한다 하여도 투자자들이 관심이 없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리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결과적으로 기업가치가 오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최근까지 공개된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시 방안에 대한 방법과 절차, 내용까지 상세하게 안내했지만 이행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어떠한 유인책이나 강제성이 없으면 괜히 귀찮게 복잡한 서류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법인세 감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지원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법인세법, 소득세법 개정은 야당이 대주주,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를 해 온 입장이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모범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수기업 표창과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공제 사전심사, 법인세 감면 컨설팅, 부가세와 법인세 경정청구심사 컨설팅, 가업승계 컨설팅 등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 내용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많은 전문가들은 강제화하거나 세제혜택을 파격적으로 주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거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어떻게 정부가 민간기업인 상장회사의 주가를 올리는 것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논리도 빈약하고, 왜 파격적인 세금 혜택까지 주면서 주가를 올려달라고 사정해야 되는 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기업이 주가를 올릴 수 있지만 인센티브가 없어서 일부러 안 올리고 있다는 건가. 세제혜택만 주면 기업가치는 금방이라도 올라가는 건가. 개인투자자들은 진짜로 수익에 대한 세금이 무서워서 투자를 꺼리는 건가.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하는데 진짜 저평가 됐는지, 그런 판단을 누가 하는 건가.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 차익을 얻기 위한 단기적 투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다른 나라에 비해 변동성이 심하고 배당성향이 낮아서 수익을 보려면 시세차익을 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정책을 선호하게 되고,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 감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영권을 갖고 있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굳이 주가를 끌어올릴 이유가 없다. 특히 경영권 세습이 관행이 된 상황에서 매우 높은 상속세율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재벌그룹은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을 통해 손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고 오너의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물적'이든 '인적'이든 기업분할을 대체적으로 '악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은 결국 주가를 올리자는 것이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기업, 즉 보유자산보다 기업가치가 낮은 회사를 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 2,608개 중 PBR이 1배에 못 미치는 종목은 1,109개로 전체의 42.5%를 차지한다. 국내 증시의 PBR은 1.05배(코스피 0.95배, 코스닥 1.96배)인 반면. 선진국은 3.10배, 신흥국도 1.61배에 달한다. 이런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주가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높다 낮다를 단순히 PBR로만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지표를 사용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을 가장 보편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주식시장의 PER은 21.2배로 미국 (24.6배)과 비슷하며, 일본(17.6배), 영국(14.3배), 프랑스(15.4배)보다도 높다. PBR로 평가하면 우리나라 주가가 낮은 편이지만, PER로 보면 오히려 높은 수준이 된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일본은 일부 성과를 거두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이마저도 다양한 해석이 있다. 중국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실시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통제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아이디어 단계이다. 이해관계자도 많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정부가 강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밸류업은 단순히 주가를 높이자는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보여준 기업의 주주환원과 성과 지표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인센티브를 바란다는 건 사치다. 투명한 지배 구조와 주주 친화적인 경영은 당연한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판을 깔아줄 때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업의 진정한 '밸류업(value up)'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