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강남 재건축도 고배… 개포한신 재입찰 향방은

김창성 기자 2024. 5. 1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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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 참석 후 공사비 3.3㎡ 920만원에도 발 빼
"시공사들, 공사비 올리려고 조합 길들이기 의심"
서울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이 최근 재건축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사진은 개포한신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개포한신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최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업체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불황에 대형건설업체마저 몸을 움츠리는 실정이다. 사업주체인 '도곡개포한신아파트주택정비사업조합'은 충격이 큰 분위기다. 즉시 재입찰 공고를 낸 조합은 2차 시공사 선정에서 성공을 확신했지만 한편으로 찜찜한 기분도 숨기지 않았다.


현장설명회는 흥행, 본입찰은 잠잠


"최근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강남 재건축은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이다. 시공사들이 조합을 길들여 공사비를 더 올리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최근 개포한신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하명국 조합장은 다소 강하게 느껴지는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강남 재건축의 경우 대형건설업체들이 여전히 각축을 벌이는 사업 분야다.

조합은 최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기대와 달리 단 한 곳의 건설업체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됐다고 밝혔다.

시공사 입찰 공고를 통해 제시된 공사비는 3.3㎡당 920만원이다. 하 조합장은 "최근 공사비 상승 요인을 감안해도 강남에서 900만원대 공사비는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 3월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업체와 중견업체를 포함해 10개 회사가 참석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본입찰에 나선 곳은 없었던 것이다.
서울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이 최근 재건축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가 한 군데도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사진은 개포한신아파트 사업 조감도. /사진=개포한신조합
하 조합장은 "수익성을 이유로 입찰에서 발을 빼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시공사가 조합에 비해 협상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어 대형사들의 전략이자 일종의 담합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만약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돼 두 번 유찰시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하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재건축 열의가 크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재입찰에선 무난하게 시공사 선정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차 입찰에서 공사비를 더 올릴 계획은 없다"면서 "현재 복수의 대형사들과 사업 추진을 위한 긍정적 의사 교류를 하고 있어 재입찰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주 40년 앞둔 노후 아파트 운명은


복도식 아파트인 개포한신은 겉으로 보기에도 외벽 곳곳이 헐었다. 성인 두 명이 타면 꽉 차는 비좁은 엘리베이터에 내진설계도 없는 데다 단열마저 최악이다. 가구당 1대가 안 되는 주차환경도 열악하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조합원 A씨는 "사람들은 강남 재건축이라고 하면 로또아파트라는 시각으로 보겠지만 실제 거주자로선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라며 "삶의 기본인 주거 문제를 돈으로만 연관시키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이 유찰된 1차 시공사 입찰을 뒤로하고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개포한신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고금리 여파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시장이 위축된 데 대해선 "적정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의견이 대립하지만 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 완화 역시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고 있어 개포한신처럼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5년 준공된 개포한신아파트는 내년이면 40년차에 접어든다. 조합은 현재 9개동 620가구 단지를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816가구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전용면적별 가구는 ▲49㎡ 52가구 ▲59㎡A 108가구 ▲59㎡B 28가구 ▲74㎡ 27가구 ▲84㎡A 369가구 ▲84㎡B 96가구 ▲104㎡A 69가구 ▲104㎡B 67가구로 예정됐다. 일반분양 물량은 85가구다.

조합이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이 2022년 12월30일 인가돼 건폐율은 18.03%, 용적률은 262.43%가 적용된다. 최고 높이는 99.9m다.

하 조합장은 "재건축 시장이 어렵지만 조합원들은 합리적인 공사비와 맞춤 설계안을 제시하는 건설업체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잡음 없이 원만한 사업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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