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중에 쇼이구 국방 전격 교체… 후임에 경제통 발탁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4. 5.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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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방에 벨로우소프 前부총리
우크라戰 장기화에 ‘쩐의 전쟁’… 러시아 국방비가 GDP 6.6% 차지
“예산 관리-군수산업 육성 의도”… 자금난 우크라는 서방 지원 절실
우크라 공격으로 무너진 러 아파트 최소 15명 사망 12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에서 구조대원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무너진 아파트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으로 현지 시간 오후 3시 현재 최소 15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보차로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주거용 건물에 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보차로프 주지사 텔레그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번째 임기 시작 닷새 만인 12일 군 사령탑인 국방장관을 베테랑 군인인 세르게이 쇼이구(69)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로 전격 교체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최근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가 전쟁의 총괄 책임자로 경제 전문가를 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쇼이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휘한 인물로, 지난해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사태에도 살아남았다. 전쟁이 2년 3개월째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베테랑 군인 수장의 수명은 이제 다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서방과 맞서기 위한 ‘쩐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무기 및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로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

● 우크라戰 중 경제전문가로 장수 교체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새 국방장관에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선임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3월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 취임식을 한 뒤 정부 개편안을 구상해 왔다고 한다. 러시아에선 국방장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부처의 수장들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배경에 대해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6%로 급증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불어났다”며 “이를 특별히 주의해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장에서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조달해 군수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 경제부 국장으로 임명된 뒤 2012년 경제개발장관, 2013년부터 8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2020년 1월부터 최근 개각 전까지 제1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푸틴의 남자’라는 명성 속에 경제 관료로 요직을 두루 맡아 왔지만, 군 경력은 전혀 없다.

● “전쟁자금 조달이 새 수장 최우선 과제”

푸틴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를 전쟁 사령탑에 전격 앉힌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결국 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 국가들은 무기 구입 등에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올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에 배정했고, 서방 국가들도 안보 우려로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푸틴 대통령이 벨로우소프를 기용한 목적은 공격적인 전쟁자금 조달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반정부 매체인 베르스트카는 “그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동원해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BBC 러시아 편집장인 스티브 로젠버그는 국방장관 교체에 대해 “크렘린궁의 우선순위 변화를 반영한다”며 “러시아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벨로우소프 구상하에 러시아가 수출기업이나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전쟁자금 조달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매체 더벨은 “그는 푸틴의 확고한 충성파”라면서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야 만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쇼이구 장관은 상급 부처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돼 겉으로 봤을 땐 영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된 분위기”라며 사실상 해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매체 베르스트카는 “쇼이구의 인사 이동으로 국가안보회의는 푸틴의 ‘전직’ 핵심 인물들이 가는 거처가 되고 있다”며 “놓아줄 순 없지만 더 이상 배치할 곳도 없는 이들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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