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악성 민원과 정보공개청구

경기일보 2024. 5.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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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

지난 2일 정부는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진 상황에서 민원 공무원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악성 민원 사전 예방과 조기 차단, 악성 민원 대응과 피해 공무원 보호, 민원 처리 여건 개선과 서비스 품질 제고, 민원 공무원 사기 진작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악성 민원의 개념을 정립해 어떤 행위들이 악성 민원에 해당하는지 유형화하고, 유형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또 종결 가능한 민원의 대상을 확대하고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악성 민원 발생 시 기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피해 공무원에게 충분한 피해 회복 시간을 부여하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특히 정보공개청구의 경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로 인한 업무 부담 증가 등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고(제5조), 공공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함이 원칙이다(제3조).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적 의의가 있다.

만약 오직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한다면 이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 현행 정보공개법 제11조의 2는 정보 공개를 청구해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결정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정보의 공개를 다시 청구하는 경우 등 반복된 청구에 대해서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이 규정만으로는 이른바 악성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차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이번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에서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민의 권리 보장과 행정에 대한 적법성 통제 기능 차원에서 정보공개청구의 순기능과 제도적 의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행 정보공개법 체제하에서도 공공기관은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해 공개하지 않고 국민이 이를 다퉈 결국 공개함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폭언, 폭행 등과 같은 명약관화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정보공개청구와 같은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를 악성 민원으로 볼지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와 기능, 해당 청구로 인한 부작용 등을 비교 형량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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