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복덩이 된 김기연, 비결은 ‘양의지의 꿀팁’[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4. 5.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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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I 두산 베어스 제공



타석에 서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질문에 두산 김기연은 슬쩍 웃어 보이기부터 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예전부터 그렇게 쳤다”며 진짜 방망이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말아 쥔 두 손을 흔들었다.

두산이 KT와 더블헤더를 벌인 지난 12일이었다. 훈련 말미에 잠실구장 1루 더그아웃에 잠시 들어온 김기연은 기자의 질문에 이미 LG 시절부터 선배 포수 양의지(두산)를 동경하며 타격폼까지 따라했던 얘기를 했다.

KBO리그에는 ‘양의지표 타법’이 있다. 방망이를 세우고 건들건들 흔들다 힘들이지 않는 듯 가볍게 헤드를 돌리는 것이다. 그간 여러 포수가 양의지 타격 자세를 모방했는데, 김기연 또한 그중 한 명이었다. 김기연은 마치 수제자가 뒨 듯 기본 원리를 전한다. “가볍게 그립을 쥐고 있다가 히팅 면을 최대로 늘리는 궤적을 만드는 스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의지 I 두산 베어스 제공



김기연은 LG 시절 타법과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의 타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숫자는 다른 얘기를 한다. 김기연은 지난 2년간 LG 1군에서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0(43타수 6안타) OPS 0.369에 그쳤는데, 올해 두산에서는 1군 18경기에 나가 타율 0.367(49타수 18안타) OPS 0.873으로 펄펄 날고 있다.

팀 이적이라는 분위기 변화로만 결과까지 바꾼 것일까. 타법 변화가 정말 없던 것일까. 김기연이 이 대목에서 두산 ‘안방 군단’에 합류한 뒤 양의지로부터 받은 조언 하나를 밝혔다. “테이크백 이후 나오는 길이 짧아졌다. (양의지 선배가) 더 빨리 바로 나와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방망이를 쥐고 있는 위치에서 히팅 포인트까지 지름길을 찾는 것이다. 김기연은 왼팔의 움직임으로 궤적을 그리며 간결해진 스윙 길을 설명했다. 동시에 ‘길찾기’에 성공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공격력 갖춘 포수 김기연의 등장은 두산 포수 운용의 활로를 열고 있다. 주전 포수 양의지의 타격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넓혔다. 김기연이 안방을 지키는 날도, 두산 타선은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김기연이 양의지로부터 얻은 결정적인 ‘팁’ 하나는, 사실 모든 타자들에게 통용되는 내용이다. 투수 평균 구속이 점차 빨라지는 시대에 강자로 커가는 타자 대부분은 ‘뒤(테이크백)’가 짧고 ‘앞(팔로스로)’이 큰 스윙을 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공유점을 종합하면 미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여러 특급 타자가 이에 해당한다. 일례로 김성근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은 지난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 김하성(샌디에이고)을 두고 미국 투수들과 상대하며 스윙이 나오는 길 자체가 간결해진 것을 높이 평가했다.

김기연이 두산으로 이적한 것은 그래서 행운이 되고 있다. 양의지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진짜 ‘양의지 타법’을 익혀가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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