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2024. 5. 1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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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창업은 법률용어다. 1986년 제정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에 창업은 중소기업을 새로 설립해 사업을 개시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창업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회는 없을 것이다. 창업을 통해 개인은 경제적 자립과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고 사회는 일자리창출, 경제성장, 기술혁신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얻는다. 그렇다면 창업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창업이란 단어는 당 태종의 언행록인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처음 등장한다. 당 태종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물었다. "제왕의 사업은 창업(創業)이 어려운가, 수성(守成)이 어려운가." 한 신하는 임금의 자리를 얻는 창업이 어렵다고 답했고 다른 신하는 임금의 자리는 안일하다 쉽게 잃는 법이므로 왕좌를 지키는 수성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 당 태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끝이 났다. 따라서 짐은 앞으로 여러 공과 함께 수성에 힘쓸까 한다"고 했다.

창업은 조선시대 유교문헌에서도 보인다. 율곡 이이는 창업론에서 맹자와 정관정요를 인용하며 정치적으로 할 일을 창업, 수성, 경장(更張) 3가지로 체계화했다. 그는 창업은 덕으로 시대가 개혁할 때를 만나서 하늘에 상응하고 사람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고 조선을 혁신할 경장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일본 에도시대에는 화폐를 이용한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창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용어로 사용됐다. 개업이란 용어도 썼는데 창업은 원형이 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로부터 새로운 사업을 처음부터 만든다는 의미가 강한 데 비해 개업은 음식점, 점포, 의원과 같은 개인사업을 시작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메이지유신 이후 은행, 철도, 방직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이런 신사업을 만드는 사람들을 창업가 또는 기업가(起業家)라고 불렀다.

1930년대 세계적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산업사회에서 창업(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야말로 경제발전의 엔진으로서 혁신을 이끌어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1970년대 들어 일본에서 전자공업 분야에 새로운 기업들이 만들어졌다. 이 무렵 호세이대학 기요나리 다다오 교수는 '벤처 비즈니스'(Venture Business)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일본식 영어 벤처비즈니스(VB)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여기서 벤처기업이란 연구·개발이나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투자하는 신생기업이라고 정의됐다.

우리나라에선 1980~90년대에 PC, 인터넷기술을 이용한 벤처기업들이 나타났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었다. 여기서 벤처기업이란 기술성이나 성장성이 높아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중소기업으로 정의됐다. 2017년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며 정부조직에 벤처라는 용어가 쓰였다.

지난해 필자는 서울시립대 김상순 교수와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책 '테헤란밸리 스토리: 벤처에서 스타트업으로'를 출판했다.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기술분야의 새로운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는데 201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벤처보다 더 자주 쓰이게 됐다. 2021년 일본은 스타트업 육성·지원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담당상(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주창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신설된 조직 이름에 벤처 대신 스타트업을 썼다.

창업이란 말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창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창업은 개인의 꿈을 실현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멋진 도전이다. 혁신과 성장을 통해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창업가들의 열정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우리 사회는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창업가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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