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외교장관 회담… 조태열 “탈북민, 北 아닌 희망지 가야”
中 “한반도 문제 해결 위해 건설적 역할 할 것”
경제협력·고위급 교류 강화 필요성 공감대 형성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했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당부했다. 조 장관은 양국 간 경제 협력과 교류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왕 부장을 한국으로 공식 초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각)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 부장과 취임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 만찬까지 양측은 4시간가량 소통하며 고위급 교류와 경제협력 등 한·중 관계 전반부터 북핵·북한 문제, 지역·국제 정세까지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것은 2017년 11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의 방문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먼저 북핵·북한 문제에 대해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라며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도 지속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조 장관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탈북민이 북한이 아니라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탈북민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고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엔 변함이 없다”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부터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더 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며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30여년의 경제협력이 양국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된 만큼, 앞으로도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 장관은 우리 기업의 안정적 투자를 위한 우호적인 투자 환경 보장과 우리 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대한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양국 간 교류도 강화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왕 부장을 한국으로 공식 초청했다. 이에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수년간 축적된 양국 국민 간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양측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등 양국 외교부 주도하에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특히 조 장관은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양국 젊은 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실시했는데, 여전히 이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두 장관은 오는 25~26일 서울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 관계 등 지역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조 장관의 이번 방중 일정은 13~14일 1박 2일로 진행된다. 이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시 주석을 만나지 못했다. 시 주석은 엿새 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지난 11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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