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동해안 향나무

최동열 2024. 5.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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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은 예로부터 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이었다.

향나무는 바닷가에서 천 년을 묵으면 최고 품질의 침향목(沈香木)이 되는데, 고려인들은 좋은 향을 얻고, 미륵정토 세상의 발원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 의례를 많이 행했다.

국내 대표적인 향림(香林)으로 손꼽히는 강릉 정동진 서낭당의 장군숲과 강릉 바다부채길의 절벽 등 인적이 미치지 않는 몇몇 곳에서만 진귀한 자생 향나무 무리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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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은 예로부터 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이었다. 흔히 바닷가 나무 하면 해송(海松)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터줏대감은 향나무이다. 추위나 염분 등 스트레스를 잘 견뎌내고 급할 것 없이 자라 장수하는 향나무는 바닷가 환경에 최적화된 나무이다.

동해안이 향나무의 고장이라는 것은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매향(埋香) 의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향나무는 바닷가에서 천 년을 묵으면 최고 품질의 침향목(沈香木)이 되는데, 고려인들은 좋은 향을 얻고, 미륵정토 세상의 발원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 의례를 많이 행했다. 기록에 따르면, 1309년, 충선왕 원년에 동해안 9개 군·현(郡縣)에서 동시다발로 행해진 매향 의식이 특히 유명하다. 그 내용이 고성 삼일포 매향비에 전하는데, 강릉도존무사(江陵道存撫使)를 비롯 각 지역 수령 방백들이 하층민과 함께 참여해 향나무 토막 1500개를 바닷가에 묻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강릉 주문진읍의 향호(香湖)가 천 년 묵은 향나무가 호수에 잠겼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고, 삼척 맹방은 매향방(埋香芳)에서 지명이 나왔다는 설도 있으니, 영동지역은 향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향나무 군락지를 구경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향림(香林)으로 손꼽히는 강릉 정동진 서낭당의 장군숲과 강릉 바다부채길의 절벽 등 인적이 미치지 않는 몇몇 곳에서만 진귀한 자생 향나무 무리를 만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남벌의 결과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강릉본부가 최근 청사 앞 마당에 있는 수령 200년 된 향나무 유래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향나무는 원래 강릉시 강동면 모전리, ‘뙡마을’에 자생하던 것이었는데, 1930년대 일제의 공출 명령에 따라 마을 청년들이 8.5㎞ 거리를 하루 종일 운반해 강릉 중심가인 현 위치에 이식한 것이라고 한다. 향나무의 고향인 모전리 주민들이 그 유래를 알리자고 꾸준히 요청, 더욱 체계적인 보존·관리의 협업이 이뤄진 것이다. 동해안과 향나무의 오랜 공생을 되새기게 하면서 향토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진중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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