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색채와 詩
위트레흐트를 출발해 암스테르담을 향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반 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오테를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 전시장 벽에서
조금 전 이런 문장을 읽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색채를 배치함으로써 시를 말할 수 있다는 걸 네가 이해할지 모르겠구나.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 11월 12일 여동생 빌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랍니다.
색채와 시(詩)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며칠전 밀라노의 트리엔날레 미술관에서 본 알레산드로 멘디니(1931~2019) 특별전을 떠올렸습니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멘디니는 팔 벌린 여성 모양을 한 와인 따개 ‘안나 G’로 대중에 알려졌고,
국내 기업과 협업한 냉장고 디자인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와인 따개도 유명하지만, 멘디니를 거장 반열에 오르도록 한 작품은 ‘프루스트 의자’입니다.
그는 1978년 고전적인 바로크 스타일 의자에 신인상주의 화가 폴 시냑의 점묘법을 차용,
다채로운 색점을 찍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며 리디자인(Re-Design)이라는 개념을 주창했죠.
의자에 ‘프루스트’란 이름을 붙인 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과거를 회상하며 쉴 때 앉았을 것 같은 의자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는군요.
멘디니 생전인 2015년, 방한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창 모던한 단색조 디자인이 유행할 때도 화려한 색채를 고집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작품에 시적 감성을 주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詩적 감성을 전하고 싶어, 작품에 화려한 색채 고집"
시대도 국적도 다르지만, 색채로 시를 읊고자 했다는 점에서 두 예술가는 닮아 있군요.
어쩌면 모든 예술은 궁극적으로 시를 꿈꾸는 것인지도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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