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칼럼] 이재명의 시간, 기회이자 위기
22대 국회 강공 예고편은 아닌지
巨野 위상 걸맞은 책임 정치 하고
실용주의로 집권 능력 보여주기를
여의도에서 생경한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 원내 1당 원내대표가 경쟁자 없이 사실상 추대됐다. 의원 배지를 달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간 ‘탈중립’ 선명성 경쟁은 낯설었다. 유력 후보인 ‘친명(친이재명)’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주말 갑작스레 중도 포기했다. ‘추미애 국회의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추 당선자는 ‘악마화 프레임’ 탓으로 돌리겠지만, ‘여성 최초’보다 ‘초강성’ 수식어가 먼저 연상되는 게 사실이다. ‘명심’(이재명 대표의 심중)이 작용했으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대표 쪽 메신저가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공격용 실탄은 차고 넘친다. 민주당은 이미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 대표의 브랜드인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안을 예고했다.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방송3법, 채상병 특검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죄다 다시 꺼내들어 밀어붙일 태세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30일 이후는 누가 봐도 민주당과 이 대표의 시간이다. 175석의 입법 권력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취임 2년 지지율 중 최저인 24%를 기록했다. 국정 운영 방식과 태도에 실망한 일부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야권 인사들은 여론 눈치 볼 것 없이 금기어 ‘탄핵’을 언급한다.
이 대표의 시간은 그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4·10 총선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심판이었다. 22대 국회가 시작하면 거야가 심판대에 오른다. 성적표는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 때 받아든다. 화끈한 닥공 축구는 팬들의 환호를 부른다. 실점해도 득점을 더 하면 이긴다. 정치에서 강공 일변도는 극성 지지층을 만족시키겠지만 민심 이반을 부른다. 축구에선 승리가 목적이지만 정치는 모두가 이기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거대 의석에 걸맞은 책임 정치의 숙제가 이 대표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책임 정치에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이념적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언급한 ‘1주택자 종부세 폐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거주하는 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매기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징벌적 세금이다. ‘부자감세’라는 지지층 반발을 의식했던지 박 원내대표의 깜짝 발언은 하루 만에 “개인적 견해”로 진압당했다. 강남에 집 한 채 가진 은퇴자가 수백만원 종부세를 내는 건 비정상이다. 손볼 때가 됐다.
이념을 제거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면 들여다볼 게 많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세 폐지도 부자감세로 여긴다. 하지만 금투세가 사모펀드 같은 금융카르텔 배만 불릴 뿐이라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집값 급등 불안감에 고금리로 대출받아 집을 산 30·40대가 많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느라 소비를 제대로 못한다. 고금리 시기에 한해 이들이 이자만 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빌라나 다가구주택을 주거 사다리로 활용하도록 청년층의 주택 수 계산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온갖 난관을 헤쳐온 이 대표에게 마지막 꿈은 집권일 터이다. 꿈의 해법은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에 있다. 당분간 시간은 이 대표 편이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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