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정부가 2000명 증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 저자들도 부정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객관성을 두고 의사집단과 정부의 '핑퐁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데다,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반대의 주장으로 맞서면서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항고심 재판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이 요청한 자료를 꼼꼼하게 작성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협의했다는 게 박 차관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정부와 의료 공급자, 수요자, 전문가로 구성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도 참석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의사 위원인 3명을 포함한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 있었으며 증원 자체는 찬성했다는 게 정부 측 얘기다.
오히려 3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지난 12일 복지부는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자료 중 '2000명 증원'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선 "2000명 증원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했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출된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1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음은 물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자료의 저자들조차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라는 논리가 해당 논문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주장에 따르면 해당 논문들엔 '2000명 증원' 수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 오히려 이들 논문에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개선을 통한 필수의료 의사 수급에 대한 해법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게다가 논문에선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인력 양성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고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함을 제시하거나, 일정 시기 이후엔 의사 인력 초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의료인력 부족과 관련해선 잘못된 의료이용행태에 대한 개선의 시급함 등을 지적하는 등 여러 의견이 담겼다고도 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는 이런 내용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2000명 증원'이라는 결론에 부분적 데이터를 취사선택해 근거로 주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협과 진행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의협은 "지난 1년여간 27차례에 걸친 의료현안협의체와의 그 어떤 회의에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단순히 회의 개최 횟수를 언급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발표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기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3차 회의를 열었다. 의협은 "당시 참여한 위원들도 전문위원회나 토론회가 없는 일방적 발표에 대해 비판했고 '2000명'이라는 수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큰 부작용을 우려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충분한 논의'는 형식적 절차만 맞춘 요식행위일 뿐, 정부가 변명하는 '객관적 근거' 는 '2000명 증원'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의 명단은 익명 처리 후 '직업(소속)'을 공개하는 수준으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는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말을 번복해 배정위 위원들의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와 국민을 기만했다"며 "독단·독선적 행태를 보이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로 인해 야기된 의료대란 등 국민의 우려가 하루빨리 사라질 수 있도록 2000명 증원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협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해왔으며 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면서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전인 지난 1월 15일에는 의사협회 등에 적정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의사협회는 이에 대해서도 외면한 바 있다"고 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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