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1,230만 명 시대인데… 20~30대 4명 중 3명 관심 없어
5월 17일은 세계고혈압연맹(WHL)이 지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국내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 환자다. 그러나 정작 환자 자신은 고혈압인지 모를 때가 많다. 고혈압은 전 세계에서 사망 기여도가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인데 치료에 있어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은 28.4%, 인지율은 74.1%로 나타났다. 하지만 20~30대로 한정하면 인지율이 25% 미만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11월 1998~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21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고혈압 팩트 시트 2023(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3)’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1,230만 명(20세 이상의 28%, 30세 이상의 33%)으로 추정됐다.
고혈압은 140/90㎜/Hg 이상(가정 혈압의 경우 135/85㎜/Hg 이상)일 때를 말한다(대한고혈압학회, ‘2022 고혈압 진료 지침’). '정상 혈압'은 120/80㎜/Hg 미만이다. 120~129/80㎜/Hg 미만일 때는 ‘주의 혈압’, 130~139㎜/Hg(최고 혈압) 혹은 80~90㎜/Hg(최저 혈압)는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된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젊은 사람도 가족 중에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위험 내지 혈압이 높다고 한다면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적어도 한 번 이상 추가로 혈압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며 “혈압이 135/85㎜Hg 이상 계속된다면 의료기관에 가서 상담하길 권한다”고 했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다. 하루 중에도 재는 시간에 따라, 혹은 날씨,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계속 변한다.
평소 문제가 없다가 병원만 가면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白衣) 고혈압’, 병원 밖에서는 혈압이 높게 나오지만 진료실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가면(假面) 고혈압’도 있어 한 장소에서만 재거나 가끔 재는 혈압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자신의 혈압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여러 번 측정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 혈압계를 두고 자주 측정하는 것이 좋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면 외출 시 여러 장소에 비치된 혈압계로 틈틈이 재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장에도 설치된 곳이 있으니, 대중교통을 기다리면서 5분 정도 휴식 후에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혈관(동맥)에 피가 잘 흐르려면 일정한 압력이 필요하지만 이보다 압력이 계속 높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고무 호스처럼 탄력 있는 정상 혈관이 고혈압에 계속 노출이 되면 결국 혈관벽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도 부담이 되기에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망가지는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으로 악화한다. 뿐만 아니라 높은 압력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3대 사망 원인 중 암을 제외한 심장 및 뇌혈관 질환 두 가지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으로 별 증상이 없다가도 동맥경화로 인해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이 생겨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 명 정도가 고혈압으로 인해 사망한다. 또 저명한 세계적 의학 학술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4개 국가를 대상으로 286가지의 사망 원인과 87개의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사망에 기여도 1위 질환은 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간이 오래되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젊어도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약물 치료보다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약물 복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일석 교수는 “실제로 진료 보던 환자 중 담배를 끊고, 식이·운동요법으로 건강을 되찾아 고혈압 약 복용을 중단하고서도 혈압을 130/80㎜Hg 정도로 잘 유지하기도 한다”고 했다. 약물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에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기 위해 더해진다.
고혈압 예방은 적극적인 유산소운동, 건강한 식단(저염식, 채소 위주),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가능하다.
젊은 층은 특히 고혈압 및 심뇌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비만·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가 있다면 고혈압에 더 많은 관심과 주기적인 측정,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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