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 받고 두 달 만에 사망…이종장기이식 ‘설왕설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종장기이식 이후 사망 사례 잇달아…윤리·안전 문제
“난치병 치료” 등 이유로 10명 중 7명 이종장기이식 동의
국내 이종장기이식 기술개발 기업은 상폐 기로
장기이식을 위해 복제된 인간이 있다.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진 이들은 병든 원본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기 위한 상품이다. 한국에서 2006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의 내용이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해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전자변형 돼지가 탄생한 것이다. 일본 메이지대학 스타트업 연구팀인 폴 메드테크는 지난해 9월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Egenesis)가 이종이식을 위해 개발한 돼지 세포를 수입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로 유전자변형 새끼 돼지 3마리를 탄생시켰다.
미국에선 이미 유전자변형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몇 차례 이뤄졌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돼지 신장 이식술을 소개했다. 신장 질환을 앓던 리처드 슬레이먼(62)이 수술 2주 만에 퇴원하면서 이종장기이식(종이 다른 개체 간 장기이식 시술) 시대의 장이 열렸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진은 이 돼지 신장이 최소 2년은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는 이전에 있었지만 살아있는 사람 몸에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것은 슬레이먼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수술 2달 만에 숨졌다. AP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당시 이식 수술을 맡았던 의료진이 슬레이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그가 신장 이식의 결과로 사망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종장기이식은 장기가 완전히 망가져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게 마지막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장기이식용 동물과 관련한 윤리 문제와 이식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잘 맞는 인간 기증 장기라도 이식된 후에는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종이 다른 동물 장기의 경우 위험이 더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종장기이식에 앞서 기계적 심장 지원 또는 인간 이식을 포함해 다른 선택지들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옥스포드대 실천윤리센터 줄리언 사불레스쿠 교수는 “치료 직후 환자가 치명적으로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다”면서 “개인이 모든 위험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급진적인 실험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민 대다수가 이종장기이식을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일부 바이오기업이 이종장기이식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바이오 분야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업들이 이렇다 할 매출과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것이다. 국내 이종장기이식 개발기업 제넨바이오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지난 3월22일부터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폐 사유에 해당한다.
제넨바이오는 올해 기준 6년째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2022년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한정 감사’ 의견을 받으면서 상황은 점차 악화했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인 김성주 대표와 핵심 연구진들이 마저 퇴사하고, 최대 주주 엠씨바이오와 기존 경영진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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