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 조태열 "한중 새 모멘텀 만들겠다"
"원칙 분명히 하되 협력모색
다양한 채널 소통 강화할 것"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 조율도
中언론 "韓노선 수정을" 압박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처음이자 올해 들어 첫 번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됐다. 양국 외교장관이 대면 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양국의 고위급 대화가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일·중 정상회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한중 관계가 다소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13일 출국 전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고 오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정세에 관한 전략적인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칙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되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 발전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최근 지정학적 환경 변화로 난관에 부딪혔다"며 "한중 간에 어떤 협력이 가능할지, 중국이 어떻게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이 같은 뜻을 직접 전했다. 이달 말 서울 개최로 최종 조율되고 있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제에 대한 협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조 장관은 "최근 대외 여건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경쟁이 격화되고 지정학적 불안 요소까지 겹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경제가 기술 집약형 산업 구조로 바뀌면서 과거 상호 보완적이었던 양국 간 경제 관계도 경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官)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상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도 많을 수 있다"며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수시로 공관과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조만간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에서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 자리에서 나온 건의 사항들을 감안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업인 대표로 발언한 윤도선 CJ차이나 총재는 "중국은 고위급 교류가 중요한 국가"라며 "앞으로 1년에 최소 한두 번씩은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과 소통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장관은 14일까지 중국에 체류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예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방중으로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막상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의 외교노선 수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보도하면서 한국 측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12일 환구시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잔더빈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이 작성한 기고문을 통해 "이제라도 한국이 불균형한 외교정책을 조속히 바로잡을 때"라고 주장했다. 잔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은 미국, 일본 등 동맹국이나 유사 입장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한국 내에서 외교정책 성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한국은 서방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그들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는 점을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밀착으로 한국이 소외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일방적 주장까지 담았다. 잔 소장은 "미국 등 서방국가는 한국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보다 비용을 부담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며 "일본은 한국을 자기 아래에 두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한국이 동등한 입장에 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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