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랍 절친’ 이집트마저 뿔났다

손우성 기자 2024. 5. 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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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침공, 평화협정 위협”
ICJ ‘민간인 학살’ 소송 참여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 지상 작전을 개시한 이스라엘을 겨냥해 1979년 맺은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집트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다루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소송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익명의 이집트 고위 관리는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전했다”며 “라파 공격으로 역내 평화의 초석인 이집트와 이스라엘 평화협정이 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권 국가 가운데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후엔 카타르와 함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이집트는 나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기한 소송에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이 날로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이번 조처가 라파 전면전을 준비하는 이스라엘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외교부 국장을 지낸 알론 리엘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엔 믿을 수 없는 외교적 타격”이라며 “이집트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디딜 수 있는 초석과 같은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마스에 복수하자는 여론뿐 아니라 국제사회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라파 전면전을 단행할 경우 수많은 가자지구 난민이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집트 정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진입해 피란민을 시나이반도로 밀어내면 평화협정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경고하는 의미로 구호 트럭의 라파 진입을 차단하고 국경을 폐쇄했다는 점이다.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유엔은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이 지난주 완전히 끊겼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3만5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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