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앞두고 거리 나온 교사들 “학생인권조례 폐지 말라”
교사들이 최근 연이은 시·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비판하며 “교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돌려놔야 한다”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등 교사단체들은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교사단체 스승의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서울·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잇따라 폐지됐고 각 지역으로 조례 폐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학생 인권을 보호할 법적 수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무너진 교권 회복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입장이 부딪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사들은 조례 폐지가 교권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교사의 인권과 학생 인권은 대척점에 있지 않다”며 “학생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조례는 교사의 그 어떤 권리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례 폐지 후 벌어질 혼란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들은 “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인권 침해 사안에 관해 후속 조치를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도움을 청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며 “교사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반인권적·비교육적 행위를 강요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년째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한채민 교사는 “2012년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학생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 된 학교 현장에서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그러해야 할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조례가 폐지되면 학생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는 ‘학생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센터’의 운영 근거가 모호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지역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성보란 교사는 “학생인권센터·학생인권옹호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면, 그와 상호의존하는 교사들의 노동권과 생명권 또한 보장받기 쉬워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이하영 교사는 “학생으로서 최소한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는 교사에게도 ‘생존’을 목표로 버텨야 하는 현장”이라며 “학교에서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학생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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